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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기록: About Me/내킬 때 쓰는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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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노트북 (ft. 그리고 HP m27fw) 나에게는 10년째 쓰고 있는 노트북이 있다. 대학원에 입학한 직후 샀던 것이다. 당시 쓰고 있던 삼성 노트북보다 훨씬 가볍고(2.15kg 대 1.18kg... 비교 불가다) 깔끔한 흰색 외관과 선명하다 못해 눈이 아픈 디스플레이 때문에 포장을 뜯자마자 돈 쓴 보람을 120% 느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이 노트북이 내게 단순한 소모품 이상의 의미를 가진 데는 그것과 함께 한 10여년의 시간이 있었다. 이 작고 소중한 노트북을 백팩에 넣어 다녔던 매일 편도 두 시간의 통학길, 하루종일 이해 안 되는 논문을 붙잡고 굴러가지 않는 머리를 억지로 굴려서 한 자 한 자 피로 새기는 듯 과제를 썼던 도서관에서의 밤(머리에 기름칠해야 한다며 캔맥주 마시면서 썼던 과제의 기억...), 끊임없는 자기 의심에 빠져서 눈물..
1월 셋째주(1.16-1.22) 주간일기 꾸준히 쓸지 의문이지만 일단 시작하는 주간일기 #일요일 웨이브와 넷플릭스를 동시 구독하고 있지만 새롭게 보는 콘텐츠는 거의 없고 보던 것만 재탕, 삼탕 그리고 사탕하고 있다. 예전에는 드라마 시청을 선뜻 시작하기가 꺼려졌는데 요즘에는 영화마저 새로운 것을, 한 번만, 보겠다고 진득하게 앉아있는 게 힘들다. 콘텐츠를 접하는 채널은 많아졌는데 정작 취향은 좁아지는 것 같다. 그건 그렇고. 그래서 사탕 중인 콘텐츠는 '로앤오더 SVU(Law&Order SVU)'와 '프렌즈' - 맞다, 난 국내 드라마는 잘 못 본다. 여러 번 보다 보니 해외 드라마라도 귀에 들어오는 표현이 제법 된다. 요즘 '로앤오더 SVU'에서는 이 말이 자주 들린다. ...수사 드라마라서 이런 표현이 자주 나온다. 순전히 재미 때문에 보지..
220109_일단 써야 고칠 수 있다 "일단 써라. 뭐든지 써야 고칠 거 아냐." 학위 논문을 쓰던 때 지도교수님이 내게 한 말이다. 글줄을 붙잡고 며칠을 낑낑대다가 약속한 면담일이 되어 교수님께 쭈뼛쭈뼛 보여드리면, 교수님은 뭐라도 써서 초고를 완성해야 고쳐 쓰고, 고쳐 써서 논문을 완성하지 않겠냐고 말씀하셨다. 어릴 때부터 남보다 멋진 문장과 완벽한 논리 구조를 가진 글을 동경했던 나에게는 폐부를 찌르는 듯한 깨달음을 주었던 말이었다. 처음부터 완벽한 글을 쓰겠다는 건 건강한 야심이 아니라 허영심이 아닐까? '모든 초고는 쓰레기다'라는 헤밍웨이의 말을 알게 되어 비슷한 깨달음을 얻었던 것도 이 무렵의 일이다. 몇 년이나 지나버린 제주 여행기를 뒤늦게 쓰면서 교수님과 헤밍웨이의 말을 다시 떠올린다. 일단 써 봐야 고치고, 고쳐야 남에게 보..
210915_말하기 어려운 시대 (ft. 의식의 흐름) 오랜만에 쓰네, 하루에 한 줄. 일년에 한 줄로 고쳐야 하나? 나 요즘 '금쪽 같은 내 새끼' 열심히 봐. 미래를 걱정해 줘야 할 애는 없지만, 오은영 박사님이 부모들에게 해 주는 말을 덩달아 듣고 있다 보면 나도 새겨 들을 만한 말이 많더라고. 내 어린 시절에 대입하게 되는 말도 더러 있지만 무엇보다 내가 공감한 건 '말'에 관한 거였어. 그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부모들의 가장 흔한 고민은 아이의 '떼'야. 많은 부모들이 아이가 뭔가 원하는 게 있으면 그걸 얻을 때까지 악을 쓰며 조른다고 하소연해. 아이의 떼쓰기를 유발한 원인과 맥락은 케이스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점은 아이들이 자기 감정을 좋은 말로 표현하는 법을 모른다는 거야. 아이들은 배우지 않았으니까 모를 수 밖에 없고. 그러니 부모가 해야 하..
201121_책 또 버리기: 책장은 미니멀, 지식은 맥시멀 책을 또 버렸다. 미니멀 라이프는 중독인 걸까. 지난 7월, 작정하고 책을 중고로 팔거나 버린 이후로 한 가지 습관이 생겼다. 또 처분할 것이 없나, 깜박 하고 버리지 않은 건 없나, 하고 책장을 훑어보는 습관. 인터넷 중고서점에서는 매입가를 높게 쳐주지 않기 때문에 중고책 팔기가 쏠쏠하긴 해도 큰돈을 만지는 일은 아니다. 내 경우에는 돈보다는 책장에 빈 공간을 만들어가는 게 훨씬 즐거웠다. 빈 공간이 늘어갈수록 책장에 가득 꽂힌 책을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게 가장 큰 이유이다. 책장에 꽂힌 책은 분명 취향이 반영된 결과이지만, 현재의 나도 과연 같은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을까. 사람의 자아는 그 어느 순간에도 완성되지 않고, 그 자아를 형성하는 인간 내외의 모든 자극과 아웃풋도..
200802_컴백 투 디 어스 최근 3주는 머리를 비우는 시간이었다(원래 아무 것도 안 들었다만...). 책과 옷 등 끌어안고 산 물건도 치웠고. 내면과 책장의 빈자리는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들로 채웠고, 정신없이 책을 읽으며 관심사는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 책을 사거나 빌릴 것인가로 옮겨갔다. 그 사이에 7월이 지나 8월이 왔다. 2020년도 3분의 2가 지났다. 책을 읽어 좋은 점은 여럿이지만 내 경우에는 무기력해지지 않았다는 데서 독서의 가장 큰 장점을 찾았다. 늘 하던 대로 영화를 보거나 잠을 잤다면 늘 후회해 온 대로 무력하고 공허한 일상에 파묻혀서 회복하기까지 불필요하게 시간을 낭비했을 것이다. 책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반응하고, 주제에 관해 생각하고, 그것을 여러 편의 메모로 남기면서 내 머리가 쉬지 않고 굴러갔다. 언제 ..
200715_킥보드 타는 아이들을 보며 오늘은 햇볕이 따갑지만 하늘은 화창하고 그늘에 있으면 선선한 바람이 불어 상쾌했다. 낭만이라고는 1도 찾아볼 수 없는 계절에 어떻게 이런 날이 있지? 바로 책과 텀블러를 들고 나가 근처 공원 벤치에 앉았다. 시원한 바람, 조용하게 속삭이는 사람들의 대화 소리 등 모든 게 책 읽기에 너무나 좋았지만 딱 하나, 아이들이 노는 소리가 듣기 힘들었다. 자기들끼리 무슨 훈련을 한다며, 어린 여자아이 둘이 '1m 간격을 지키라'는 규칙까지 만들어서 내 앞에서 킥보드를 타고 이끝에서 저끝까지 쉬지 않고 왕복하는데, 보도블럭이 깔려 울퉁불퉁한 곳으로 힘차게 킥보드 바퀴를 굴리니 '드르륵' 하는 소리가 요란할 수 밖에. 저런 게 재미있나, 규칙까지 세워가며 '훈련'까지 하게? 뜨거운 햇볕도 두려워하지 않고 양달과 응달을..
200715_2020 미니멀 라이프: 책 버리기 울적해질 때면 방을 청소하는 건 나의 오랜 습관이다. 원래 주변이 지저분하거나 쓸모없는 물건이 여기저기 숨어있는 걸 견디지 못하는 편이지만 재작년부터 '내 방 짐을 캐리어 하나에 담고도 충분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부쩍 강해져서 의식적으로 자잘한 물건을 치워나갔다. 그래도 일년에 두세 번씩 하는 대청소를 해야 '비움'다운 비움을 해 낼 수 있긴 하다. 나에게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보며 '저걸 언제 치우나' 하는 찜찜함, 거꾸로 물건에게도 자신의 가치를 백퍼센트 발휘할 기회를 빼앗는 것 같은 미안함을 느끼는 게 딱 질색이다. 정리할 때마다 내가 가진 물건은 쭉쭉 줄어갔지만 그만큼의 단정함과 깔끔함 덕분에 물건이 빈 자리는 늘 만족스럽다. 정말 필요하고 추억하고 싶은 물건만 남겨두는 것, 내게는 불필요하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