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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기록: About Me/내킬 때 쓰는 일상

200802_컴백 투 디 어스


최근 3주는 머리를 비우는 시간이었다(원래 아무 것도 안 들었다만...). 책과 옷 등 끌어안고 산 물건도 치웠고. 내면과 책장의 빈자리는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들로 채웠고, 정신없이 책을 읽으며 관심사는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 책을 사거나 빌릴 것인가로 옮겨갔다. 그 사이에 7월이 지나 8월이 왔다. 2020년도 3분의 2가 지났다.

책을 읽어 좋은 점은 여럿이지만 내 경우에는 무기력해지지 않았다는 데서 독서의 가장 큰 장점을 찾았다. 늘 하던 대로 영화를 보거나 잠을 잤다면 늘 후회해 온 대로 무력하고 공허한 일상에 파묻혀서 회복하기까지 불필요하게 시간을 낭비했을 것이다. 책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반응하고, 주제에 관해 생각하고, 그것을 여러 편의 메모로 남기면서 내 머리가 쉬지 않고 굴러갔다. 언제 어떤 책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졌고. 그러는 사이 건강에도 다시 신경 쓰게 되어 규칙적인 운동도 쭉 했고, 글자가 아닌 사람과의 대화도 그리워져 친구들도 만났다. 꾸준히 세상에 눈길을 두고 나의 일상을 포기하지 않게 하는 것. 4년 전에 이어 다시 한 번, 책이 나를 구원했다.

그리고 그때도 그랬듯이, 한창 열정적으로 이어온 독서의 끝에서 다시 현실과 마주하게 되었다. 담담하게 실패를 받아들이고 반성한다. 책에 쏠려있던 24시간을 조금 더 생산적으로, 현실적으로 써야(어쨌든 내가 조선 시대 선비는 아니니까) 책을 더 사랑할 수 있겠다. 도피처로 삼았던 책에서 잠시 눈을 떼고 무엇을 해야 할지 적어내려 가다 보니 얼른 현실로 돌아오라는 무음의 목소리가 머리 속에서 울리는 것만 같다.

당분간 꾸준히 운동하고 책을 읽되, 조금씩 그러나 신속하게 현실로 돌아와야겠다. 그래야 책을 증오하지 않고 평생 즐겁게 읽으며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다.
미래를 생각하면 또 두렵지만...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