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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기록: About Me/내킬 때 쓰는 일상

200715_킥보드 타는 아이들을 보며


오늘은 햇볕이 따갑지만 하늘은 화창하고 그늘에 있으면 선선한 바람이 불어 상쾌했다. 낭만이라고는 1도 찾아볼 수 없는 계절에 어떻게 이런 날이 있지? 바로 책과 텀블러를 들고 나가 근처 공원 벤치에 앉았다.


시원한 바람, 조용하게 속삭이는 사람들의 대화 소리 등 모든 게 책 읽기에 너무나 좋았지만 딱 하나, 아이들이 노는 소리가 듣기 힘들었다.

자기들끼리 무슨 훈련을 한다며, 어린 여자아이 둘이 '1m 간격을 지키라'는 규칙까지 만들어서 내 앞에서 킥보드를 타고 이끝에서 저끝까지 쉬지 않고 왕복하는데, 보도블럭이 깔려 울퉁불퉁한 곳으로 힘차게 킥보드 바퀴를 굴리니 '드르륵' 하는 소리가 요란할 수 밖에.


저런 게 재미있나, 규칙까지 세워가며 '훈련'까지 하게? 뜨거운 햇볕도 두려워하지 않고 양달과 응달을 오가며 신나게 노는 아이들을 흘끔 쳐다보노라니 어린 시절 내 생각이 났다.


나와 혈육도 인라인 스케이트를 신고 동네 여기저기를 쏘다녔다. 신나게 돌아다니는 우리를 보고 친하게 지내는 윗집 아이들도 인라인을 사서 우리끼리 무리지어 인라인 스케이트를 신고 달렸다.

4명 이상이 다같이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니 그 안에서도 경쟁심인지 뭔지, 누가 더 잘 타는지 겨룰 생각에 팀을 짜고, 스케이트를 더 잘 타기 위해 훈련하고 경주까지 했다.


바퀴 구르는 소리나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가 시끄러워서 아랫집 아주머니가 나무라는 일도 있었지만 그때는 그냥 그렇게 노는 게 정신없이 재미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쌩쌩 달리며 해방감(?)까지 느꼈던 것 같다. 초등학생이 무슨 해방감이냐고 물으면 할 말 없지만ㅋㅋ 어린아이라고 스트레스가 없는 건 아니니까. 우리끼리 어울려서 조금 유치해 보여도 규칙과 훈련 일정까지 만들어 가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고, 그게 우리의 어린 시절을 만들었다.


아마 저 킥보드 타는 아이들도 그런 거겠지. 지금 저희끼리 (코로나를 의식한 건지 뭔지 모를) '1m 간격 유지' 규칙까지 만들어서 더 빨리 킥보드를 타는 훈련을 하는 이 시간이, 저 아이들에게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 어린 시절의 순간순간이다.


그렇다면 더 재미있게 놀아! 오늘은 꿈도 꾸지 않고 푹 잠들 정도로, 아주 지칠 때까지 놀으렴.



오늘 정말 화창하고 상쾌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