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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011_증명하기 어려워요 왜 우리는 증명하며 살아야 할까. 그냥 덧없이 흘려보내는 시간도 있기 마련인데, 그런 시간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 같은 사람들의 시선이 따갑다. 생각해 보면 무언가 특별한 계기가 있지 않는 한 세월아 네월아 하고 천년 만년을 흘려 보낼 나 같은 사람이삶의 매 순간을 증명해야 한다는 게 힘들어요라고 말하는 건 마치 어린아이가 의미없이 칭얼대는 것처럼 보일 것 같긴 하다. 하지만 의미를 부여하며 사는 게 너무 피곤한 나 같은 사람에게 나의 모든 결정, 생각,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는 건 너무 힘들고 두려운 일이다.그냥 가만히 앉아있는 시간에 "그 시간에 우주 평화를 고민했어요" 같은 이유는 너무 황당해서 이유로 대지도 못하고,나를 어이없이 쳐다볼 사람들의 시선을 가볍게 무시하며 "그냥 가만히..
160922_3x10 어제도 쿨쿨 잘도 잤다. 집에 가자마자 딥슬립.어제는 앉아있는 내내 몽롱하다 못해 온몸이 쑤셨다. 간신히 급한 일만 마무리해 두고 나왔는데 집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어찌나 졸음이 쏟아지는지. 눈 한 번 감았다가 뜰 때마다 내려야 할 정류장이 훅훅 다가와 있어서 마음 편히 졸지도 못하고...아무튼 이런 이유로 마음 먹거나 관심을 가졌던 일, 내가 최우선에 놓고 해야 하는 일을 꾸준히 하지 못하고 있다. 내가 또 그렇게 스토익하지는 않아서 결심을 쭉 이어가기가 더 어렵기도 하고. '오늘 하지 않으면 습관으로 못 만들어'라며 필사적으로 책상 앞에 앉으려 했지만-간만에 기특한 생각을 했다- 체력 때문에 이내 포기하게 된다. 체력적인 이유가 있다고는 해도 여전히 결심을 이어가지 못하는 건 아쉽다. 작심삼일도 하루..
160919_해야지 해야지 마음 한구석에서 계속 의식하고 있는 일은 있는데,분명하게 매듭을 짓지 못할 때는 스스로 한심스럽고 답답하다.시작만 하면 분명히 끝을 볼 나인데 첫 걸음 떼는 게 왜 이리 더딘지.해야지 해야지 생각만 하다가는 가슴 속이 꽉 막힌 채로, 터져버리지 않은 채로 또 시간이 흐를 것이다. 여행기를 쓰는 일도, 책을 읽는 일도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 완성... 완성해야지. 어, 또 '해야지' 했어.
[거울나라의 앨리스] 넌 날 실망시켰어 2010년작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보았을 때 생각했다, 이건 명작은 아니지만 꽤 매력적인 영화라고. 명작인지 수작인지 범작인지 졸작인지, 그것까지는 모른다. 나 같은 일반 관객에게는 예술성보다는 얼마나 매력적인 영화인지가 중요할 뿐. 그렇다고 일반 관객들이 영화 보는 안목이 없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영화를 나노 단위로 분석할 식견이 없을수록 스토리 같은 가장 기본적인 것에 우리는 예민해진다. 개연성이 떨어진다면 "별로인 건 아니었는데... 그냥 그랬어"처럼 비교적 부드러운 혹평부터 관객 수 폭망이라는 과격한 응징(?)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는 영화의 완성도에 반응한다. 그런 맥락에서 본다면 [거울나라의 앨리스]는 뭐랄까... 이러니 저러니 해도 한 마디로 쉽게 얘기하자면, 꽤 괜찮은 전작으로..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숲처럼 깊고 여름처럼 싱그러운 추억 마쓰이에 마사시,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2016 아침 떠나는 길에 우연히 책을 소개하는 기사를 읽고 저녁 돌아오는 길에 곧장 달려가 집어든 책. 까다로운 안목을 가진 건 전혀 아니지만 돈은 합리적으로 쓰고 싶다는 이유로 소설은 웬만하면 사지 않는데, 이 책은 제목부터 사람을 끌어당기는 면이 있어 바로 읽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나로서는 꽤 드문 일이다. 소설은 23살 청년 사카니시가 존경하는 건축가 무라이 슌스케와 보낸 어느 여름의 이야기를 그렸다. 건물에 녹아든 노건축가의 건축관이 사람의 인생과 묘하게 어우러지고, 그것이 또 젊은 사카니시의 마음에 스며든다. 드라마틱하지는 않아서 조금 지루하기도 했지만, 한줄한줄 아껴가며 읽었다. 슬며시 목이 메이는 부분도 있었지만 읽는 내내 평온했다. 어떤 ..
겨울 유럽을 생각나게 하는 노래_Have yourself a merry little Christmas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닌데 희한하게 이 노래만 들으면 겨울 유럽의 소복히 눈 쌓인 정경이 떠오른다. 그것도 꼭 프랭크 시나트라의 목소리로 들어야 해. I don't think any other versions come close to this one.
160702_너무 바빴어! 남들은 바쁜 와중에도 다 연애하고 결혼하더만 나는 블로그 관리 하나도 제대로 못하네ㅋㅋㅋㅋㅋㅋ 쳇. 일은 생각보다 쉽지만 쉬워서 스트레스 - 누구 말마따나 내가 많이 무뎌지기는 했나 보다. 예전 같았으면 눈에 쌍심지를 켜고 달려들었을 일에 더 이상 관심을 갖지 않고 그저 매사 심드렁. 좋은 게 좋은 거라며 다른 사람의 나태함도 무던하게 넘기면서 같이 나태해지고 있고. ...내가 하는 일이 그 정도로 마음을 쓸 일인가 하는 회의감에 빠졌다는 거, 나도 잘 안다. 그래서 오히려 전보다 더 포기의 늪에 빠져든 것 같다. 몰두할 게 필요해서 외국어 공부에도 매달려 보고 덕후질도 새롭게 시작해 보았지만 어느 것으로도 한 번 꺾인 열정을 되살릴 수가 없다. 지금부터 내 인생은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을 찾아가는 여정이..
[종의 기원] 안에서 본 악 정유정, [종의 기원], 2016 인터넷을 하다가 우연히 정유정 작가의 신간이 나온다는 소식을 접했다. 도서 사이트에서는 [종의 기원] 초판본은 작가 사인이 담긴 양장본이라며 예약 구매를 유도했지만, 사실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 정유정의 신간인데? [7년의 밤] 이후 이 작가에 대한 기대치가 오른 나는 주저하지 않고 책을 주문했다. 양장본이 싫어 예약하지 말까 생각도 해 봤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다. 정유정의 신간인데. 뭐 아무튼. 이렇게 작가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으로 책을 구입했고, 짬짬이 읽어 이틀 만에 읽어내렸다. 나는 문학 작품을 철학적 관점, 사회학적 관점 등등 고차원적으로 분석할 소양이나 도구는 없다. 대신 재미있게 읽었던 [7년의 밤]과 비교하여 감상평을 말해보자면, 재미나 스릴 면에서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