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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록: Voy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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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1 삿포로 가는 길: 나만 빼고 다 부지런했구나 끙... 이제 와서 여행기를 쓰려니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제대로 쓸 수나 있을지 걱정이다. 누구 말마따나 이제 나이가... 나...이...인지라... 하루하루가 달라요, 기억력이랑 체력이...ㅠㅠ ------------------------------------------- 여행 기간 : 2015.09.23-2015.09.25 공항으로 가기 전날이 되어서야 아버지께 "나 내일 일본 가"라고 말씀드렸다. 엄마한테는 그 전날에 얘기했고. 통보가 아닌 의논을 훨씬 선호하는 (그러나 본인은 의논이 아닌 통보를 하는) 아버지는 "뭐? 너 혼자? 그런 건 미리 얘기해야지!"라며 황당해 하셨으나 "돈도 있고, 일본이니까 혼자 가도 위험하지 않을 거고, 두 밤만 자고 올 거니까 돈워리워리~"를 태평하게 읊는 나를 어이없..
[Info.] 드골에서 파리 시내까지 - 내가 이용한 파리 공항 교통 Roissy et Les Cars Air France 2014 유럽 여행을 떠날 당시, 출국 전에 아주 꼼꼼히 나만의 가이드를 만들었다 (여기에는 대충 포스팅할 거지만). 다른 사람들이 만드는 것처럼 각 도시별 교통 정보나 관광 정보를 기록해 둔 건 아니다. 내 가이드 제작의 목적은 단 하나였다. 길을 잃어버리지 말자. 무엇보다도 가이드가 절박했던 이유는, 시간 관리와 내 심리 상태였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몰라 어느 정도는 긴장을 놓을 수 없는데, 그 긴장감이 가장 높아지는 건 단연 도시와 도시를 이동할 때, 즉 기차나 비행기를 이용해야 할 때이다. 두 손과 어깨에 짐을 바리바리 짊어지고 있는데 별로 달갑지 않은 상황을 만나면 안 그래도 민첩하게 움직일 수가 없는데 쉽게 패닉 상태에 빠지기 때문에, 철저하게 준비해서 손해 볼 일은 없..
[경기 광주] 어버이날 화담숲 ※ 주의 : 이 글은 화담숲 나들이에 관한 유용한 정보는 일절 포함하고 있지 않습니다. 어버이날, 우리 집 3대가 광주 화담숲에 다녀왔다. 외출 계획이 없었는데 최종 보스께서 지인들과 다녀온 이후 워낙 마음에 들어해서, 쿨쿨 자고 있던 나를 아침 일찍부터 채근해 깨웠다 (왜 나까지...). 휴일이라 사람이 많을 것 같다는 나의 짜증 섞인 만류에도 부득불 외출을 강행한 우리 집 독재자. 우리 집에 민주주의란 없지, 그렇죠. 도착하니 역시 예상대로 연휴 마지막 날을 즐기러 나온 사람들로 북적북적. 광주 곤지암에 있는 화담숲은 LG 상록재단이 공익 사업의 일환으로 설립, 운영하는 수목원으로, 경기도 광주시 도척면 도웅리 약 41만평 부지에 조성되었습니다. 현재 총 17여개의 다양한 테마 정원과 국내 자생 식물..
#Rev10 땅을 딛기 위해 필요한 것_Day 9 너무 길어질 것 같으니 쪼개서 써야지. 아무래도 런던 이야기를 (또) 해야겠다. 2011년, 런던을 여행할 때의 이야기다. 그때의 나는 "나 유럽 가야겠어"라고 말하고는 겁도 없이 생애 첫 해외 여행을 혼자 떠난 '알 수 없는' 아이였지만, 역시 혼자 하는 여행은 해 본 적이 없어 런던에서 함께 다닌 동행들에게 꽤 의지했다. 내 앞가림 정도는 할 수 있으니까, 손이 많이 가는 사람이라기 보다는 정신적으로 기댔다고 생각해야 옳을 것이다. 그렇게 3일을 함께 보낸 사람들이 기약 없이 떠났을 때 내가 받은 정신적 충격은... 2011년 여행기 런던 편에 아주 생생하게 나와있다. 그때 나는 여행하는 사람의 일상이 얼마나 불안정한 것인지를 깨닫고 급격한 불안에 빠져들었던 것 같다. 태어나 단 한 번도 어딘가에 소..
#Rev9 잘 있었어요, 파리?_Day 8 ...빈이랑 파리가 시차가 크던가? 어쩐 일인지 간밤에 깊은 잠에 들지 못했다. 새벽에 몇 번이고 일어나서 잠을 설쳤는데, 결국 생각보다 일찍 일어나게 되었다. 푹 쉬지 못해 이날 기분이 영 좋지 않았다. 평소에도 마찬가지지만 쭉 걸어야 하는 여행 중에 숙면을 취하지 못한다는 건 치명적이다. 첫 배낭여행에서 얼마나 지났다고, 이런 데서 나이 먹은 걸 느껴야 하는 거야? 서럽게시리. 한국인 민박답게 화장실은 새벽부터 사람으로 북적였다. 그 와중에 나는 배를 벅벅 긁으며 일어나서는 여유롭게 아침식사를 하고 캐리어를 들고 민박을 나섰다. 인천에서 파리에 처음 온 날 밤과 이날 밤은 민박에서 묵었지만 미리 정해둔 파리 숙소는 따로 있었다. 2011년 파리를 처음 방문했을 때 묵었던 유학생들의 아파트에서 멀지 않..
#Rev8 오늘은 내가 하고 싶은 걸 하자_Day 7 이날은 특별한 날이었다. 만으로 2n살이 된 생일이었고, 태어나 처음으로 가족을 떠나 그것도 외국에서 맞는 생일이었고, 내 기준으로 유럽에서 가장 로맨틱한 두 도시에서 맞는 생일이었기 때문에!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내 생일이라 특별한 날이었다. 생일이라 함은 본디 특별한 날이긴 하지만 나는 유독 내 생일 챙기기에 민감하다. 어린 시절에는 겨울방학이 한창일 때 생일을 맞다 보니 학교 친구들의 축하를 받을 일이 거의 없었고 (그 흔한 생일 파티도 한 번 했어ㅠㅠ), 무엇보다도 내 생일과 외할머니의 음력 생신이 같아서 집에서도 할머니 생신을 먼저 챙기지 나는 뒷전이 되어버렸더라...하는 슬픈 이야기 때문이지. 고등학교에 다닐 때였던가, 엄마가 깜박 잊고 미역국마저 끓여주지 않아 하루종일 토라져 있던 적도 있다...
#Rev7 왜 이리 눈물이 나는 걸까_Day 6 눈이 번쩍. 간만에 혼자 방을 썼는데도 여행 중이어서 그런가, 눈이 번쩍 저절로 뜨였다. 전날 밤에 미드를 보다가 잤는데... 노트북은 저절로 꺼진 지 오래였다. 방 안은 아직 깜깜했다. 몇 시지, 아이폰도 어디 있는지 손에 잡히지 않아 시간을 알 수가 없다. 꾸물꾸물 침대에서 기어 나와 두꺼운 창문 커튼부터 열어 젖혔더니. 이런 풍경이. 아침 7시였는데, 아직 푸르스름하다. 전날 이 방에 들어올 때만 해도 캄캄해서 바깥 풍경이 어떤지도 모르고 잤는데, 여기가 산 코앞이었구나. 압도적인 크기의 산이 눈앞에 떡 하니 있으니 비몽사몽 간에도 넋을 놓고 봤다. 난 뭔가 대단한 걸 보면 왜 이리 웃음이 나는지 몰라. 소복소복 눈이 쌓인 정경도 차분하니 좋다. 추운데 창문 닫기가 아쉬울 정도야. 조금만 오른쪽으로..
#Rev6 나만의 겨울왕국, 할슈타트_Day 5 ​같은 방을 쓰던 사람들이 모두 떠나고 또 다른 사람들이 체크인했다. ​스페인어인지 이태리어인지 아무튼 로망스어 계열 말을 쓰는 여자 둘이 들어왔는데 지금 생각하면 한숨부터 나온다. J씨가 나가고 체크인한 이 여자 둘은 늦은 저녁에 손빨래를 하느라 한참동안 화장실을 못 쓰게 하지를 않나, 자기들끼리 큰소리로 떠들지를 않나. 얘네보다 나중에 들어온 멕시코 애들은 조용하니 괜찮았는데. 평온했던 나슈마르크트의 밤이 일순간 소란스러워졌다. 쪽수에서 밀리니 말도 못하고, 찌그러져 있어야지 뭐. 흑. 시끄러운 건 아주 진절머리가 나. 그러니 그 다음날 호스텔을 떠날 때 내가 얼마나 홀가분했겠냐고. 평소보다 조금 일찍 일어나서 준비를 마치고, 빈 서역으로 향했다. 잠시 빈을 떠나 할슈타트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오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