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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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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나라의 앨리스] 넌 날 실망시켰어 2010년작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보았을 때 생각했다, 이건 명작은 아니지만 꽤 매력적인 영화라고. 명작인지 수작인지 범작인지 졸작인지, 그것까지는 모른다. 나 같은 일반 관객에게는 예술성보다는 얼마나 매력적인 영화인지가 중요할 뿐. 그렇다고 일반 관객들이 영화 보는 안목이 없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영화를 나노 단위로 분석할 식견이 없을수록 스토리 같은 가장 기본적인 것에 우리는 예민해진다. 개연성이 떨어진다면 "별로인 건 아니었는데... 그냥 그랬어"처럼 비교적 부드러운 혹평부터 관객 수 폭망이라는 과격한 응징(?)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는 영화의 완성도에 반응한다. 그런 맥락에서 본다면 [거울나라의 앨리스]는 뭐랄까... 이러니 저러니 해도 한 마디로 쉽게 얘기하자면, 꽤 괜찮은 전작으로..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숲처럼 깊고 여름처럼 싱그러운 추억 마쓰이에 마사시,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2016 아침 떠나는 길에 우연히 책을 소개하는 기사를 읽고 저녁 돌아오는 길에 곧장 달려가 집어든 책. 까다로운 안목을 가진 건 전혀 아니지만 돈은 합리적으로 쓰고 싶다는 이유로 소설은 웬만하면 사지 않는데, 이 책은 제목부터 사람을 끌어당기는 면이 있어 바로 읽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나로서는 꽤 드문 일이다. 소설은 23살 청년 사카니시가 존경하는 건축가 무라이 슌스케와 보낸 어느 여름의 이야기를 그렸다. 건물에 녹아든 노건축가의 건축관이 사람의 인생과 묘하게 어우러지고, 그것이 또 젊은 사카니시의 마음에 스며든다. 드라마틱하지는 않아서 조금 지루하기도 했지만, 한줄한줄 아껴가며 읽었다. 슬며시 목이 메이는 부분도 있었지만 읽는 내내 평온했다. 어떤 ..
겨울 유럽을 생각나게 하는 노래_Have yourself a merry little Christmas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닌데 희한하게 이 노래만 들으면 겨울 유럽의 소복히 눈 쌓인 정경이 떠오른다. 그것도 꼭 프랭크 시나트라의 목소리로 들어야 해. I don't think any other versions come close to this one.
[종의 기원] 안에서 본 악 정유정, [종의 기원], 2016 인터넷을 하다가 우연히 정유정 작가의 신간이 나온다는 소식을 접했다. 도서 사이트에서는 [종의 기원] 초판본은 작가 사인이 담긴 양장본이라며 예약 구매를 유도했지만, 사실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 정유정의 신간인데? [7년의 밤] 이후 이 작가에 대한 기대치가 오른 나는 주저하지 않고 책을 주문했다. 양장본이 싫어 예약하지 말까 생각도 해 봤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다. 정유정의 신간인데. 뭐 아무튼. 이렇게 작가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으로 책을 구입했고, 짬짬이 읽어 이틀 만에 읽어내렸다. 나는 문학 작품을 철학적 관점, 사회학적 관점 등등 고차원적으로 분석할 소양이나 도구는 없다. 대신 재미있게 읽었던 [7년의 밤]과 비교하여 감상평을 말해보자면, 재미나 스릴 면에서는 [..
JYP ent. - 요즘 잘 듣고 있는 박사장네 아이들 노래 그러니까 때는 몇 달 전 어느 봄날. 들을 만한 노래를 찾아 유투브 사바나를 어슬렁 어슬렁 돌아다녔던 나라는 표범의 눈에 띈 것은... 밴드 하는 미소년들이라니 (코피 팡) 난 안 그래도 밴드에 약한데(ㅠㅠ) 곡도 그럭저럭 괜찮고 허헣 비주얼도 굿굿. [Daydream] 앨범은 통째로 몇 번을 들었는지 파일이 너덜너덜해진 수준이다. [The Day]의 [Free하게]를 제일 좋아하는 건 함정이지만ㅋㅋㅋ인기 더 많아지면 좋겠어... 덬질하기 쉽게 좀. 그리고 얼마 전에는 박사장네 꽃밭이라는 트와이스에 뜬금없이 꽂혔다. 진영이네 꽃밭이라더니... 세상에. 솔직히 데뷔했을 때는 별 감흥이 없었다. 그때 난 함수 앨범을 주구장창 듣느라ㅋㅋㅋ 그러다가 THE '샤샤샤'를 접하게 되었는데... 원조가 제일 낫네. ..
Lon Hoyt - You can't stop the beat (from "Hairspray") 나는 새로운 선택을 잘 하지 않는 편이다. 시류에 잘 휩쓸리지 않으니 보수적이라고 좋지 않은 것만은 아니지만, 늘 보고 듣는 게 거기서 거기이니 내 플레이 리스트는 신선도가 좀 떨어진다. 그럴 때 의지하는 게 멜론 라디오이다. 그날도 밤늦게 멜론 라디오 모드로 바꿔놓고 책을 읽고 있었는데 이 노래가 귀에 확 꽂혔다.도저히 늦은 밤 서정적 분위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흥겨운 드럼 소리가 쿵짝쿵짝♬ 이건 뭐지? 뭔데 이렇게 신나지? 이름은 많이 들어봤던 [헤어 스프레이]의 엔딩 넘버였다.뚱뚱한 사람들과 미국 내 흑백 차별을 유쾌하게 풍자한 [헤어 스프레이]에서도 주제 의식을 명확하고 쾌활하게 드러내며 대미를 장식하는 피날레 되시겠다. You can't stop the beat [Tracy] You can't s..
[사울의 아들] 소리로 상기하는 비극 유대인도 아니고, 전쟁 세대도 아닌데 꼭 내가 아우슈비츠에 갇힌 홀로코스트 피해자라도 된 듯한 기분이다. 이 영화로 알게 된 홀로코스트는 폭력이나 공포, 두려움, 비극이라는 상투적인 표현 그 이상의 그 무언가 같다는 생각에 빠져들게 한다. 지금까지 내가 보아온 홀로코스트 영화는 망상에 가깝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 정도로. 지옥이라는 말도 이곳에는 어울리지 않아. '지옥'은 [사울의 아들] 속 아우슈비츠보다 훨씬 드라마틱하고 크나큰 감정의 진동 폭을 암시하는 단어 같아서. 그곳에서의 진짜 삶은, 슬픔이나 울분과는 다른, 건조하고 비인간적이며 희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암울함 그 자체이자 깊게 패인 상처 같기도. 영화 속 아우슈비츠는 인간의 존엄이라는 걸 티끌만큼도 찾을 수 없는 사막이었다. 모든 인간적인 ..
하타 모토히로 (秦基博) - 朝が来る前に 秦基博 - 朝が来る前に (official promotion video) 7th single (2009. 01. 21 released) 何が今見えているんだろう それぞれの明日を前に 僕らは空を見上げたまま ずっと何も言えずにいる 무엇이 지금 보이는 걸까 각자의 내일이 오기 전에 하늘을 올려다 본 채 우리는 계속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어 突き刺す様な冬の匂い 夢から醒めてくみたいだ 「もう行かなくちゃいけないよ」 そう 胸のフィラメントがつぶやく 찌르는 듯한 겨울 냄새 꿈에서 깨어가는 것 같아 "이제 가지 않으면 안 되겠네" 가슴 속의 필라멘트가 중얼거렸어 止まったままの街 いつもの遊歩道 君がそっと言うよ 「離れたくない」って うん わかってるけど 길은 멈춰있는 그대로, 언제나의 산책길 가만히 네가 말해 "헤어지고 싶지 않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