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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잘한 기록: Storage/읽을거리

[기사] 여성만 80%, 임대 아파트로 간 그들은 왜 홀로 남았나

일을 해도 가난했다

 

경향신문은 지난달 19일부터 3주간 ㄱ아파트에 거주하는 여성 93명의 노동·주거 이력, 가족 형태를 심층 조사했다. 응답자 중 일부는 개별 인터뷰했다. 40~70대 응답자 중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시세 30% 수준 월세에도, 부지런히 일을 해도 돈을 모을 수 없었다.

 

식당일(40)이나 청소일(20)을 했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지난 7월 기준 고용노동부 사업체노동력조사를 보면 식당업의 월평균 세전 임금은 1886000원이었다. 노동부가 분류한 산업 중 식당업은 임금이 가장 낮은 업종이다. 청소일이 포함된 사업시설관리의 세전 월급은 2301000원으로 식당일 다음으로 낮았다.

 

공장 생산직(19), 가사도우미(12)를 한 이들도 많았다. 가사도우미는 현재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않아 최저임금 제한이 없는 직종이다. 공공근로(17)에 참여한 여성들도 있었다. 노점상(9)이나 가게를 차린(17) 이들도 있었다. 가내수공업(6), 마트 계산원(5)나 보험 영업(7), 회계 사무보조(5), 공사장 일용직(3)으로 근무한 여성도 적지 않았다. 몸이 불편해도 집에서 인형 눈을 붙이고 상자를 접었다고 답했다. 배달일이나 페인트칠, 만화가게 아르바이트를 한 여성들도 있었다.

 

설문 응답자 69(74.2%)은 홀로 생계를 이어왔다. 대개 저학력에 숙련 기술도 없었다. 같은 일을 해도 남성보다 임금이 낮았다. 지난해 기준 여성의 월평균 임금은 남성의 66.6%에 불과했다. 사별한 남편은 재산을 남기지 않았고 이혼한 남편은 양육비를 주지 않았다.

 

여성가족부의 ‘2018년 한부모가족 실태조사를 보면 한부모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2196000원이었다. 전체 평균 가구가처분 소득의 절반을 겨우 넘는 수준(56.5%)이었다. 여성 한부모가족은 전체 한부모가족의 65.5%를 차지했다. 여가부는 한부모가구의 84.2%는 취업 중이지만, 근로소득은 낮아 근로빈곤층 특성을 보였고 근무시간이 길어 일·가정 양립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빈곤 가속화한 결혼의 덫


김승희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가 지난해 발표한 한부모가족 형성과정에서 주거상태 변화와 주거이동 유형에 관한 연구논문을 보면, 이혼·사별 등으로 한부모가족이 된 가정의 50.0%는 주거지가 하향 이동했다. 한부모가정이 되기 전 자가 비율이 26.8%였지만, 6.6%로 급격히 떨어졌다. 월세 비중은 23.6%에서 32.4%로 높아졌다. 논문에서 조사한 한부모가족 가장의 95.4%가 여성이었고 자녀는 1인 이상이었다.

 

여성 가구주들은 사별이나 이혼 직후 경제력에 타격을 입었고, 이는 주거불안으로 이어졌다. 일자리, 자녀 교육 등과 맞물리지 못한 주거지 이동은 이들의 빈곤을 가속화하는 원인 중 하나였다. 일부 여성들은 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시 안정적인 가정을 꿈꿨지만 쉽지 않았다.

 

결혼과 이혼, 다시 재혼으로 이어지는 연애와 사랑은 대개 이들의 생활 수준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불러왔다. 궁핍한 삶에서 만난 인연은 소중했다. 음주가 심하거나 폭력을 사용한 이도 있었지만, 어느 순간 무기력해진 남자들도 있었다. 건설노동, 배달 등 주로 몸을 쓰는 일을 했던 남성들은 쉽게 사고나 질병의 위협에 놓였다. 가난의 그림자가 언제든 덮칠 수 있는 조건이었다.

 


안전과 돌봄의 굴레


임대아파트의 진짜 문제는 입주자들의 나태함이 아니었다. 여성들은 장시간 일했지만 돈을 모으기 어려웠다. 사별이나 이혼을 한 뒤 양육비를 보장받지도 못했다. 대부분 정규직이 아니었기에 연금도 없었다. 한부모가족에 대한 정부 지원은 집 한 채가 전부였다. 이마저도 행운이라고 여겼지만, 노후를 보장받긴 어려웠다. 혼자가 된 여성을 보호할 제도가 없어 문제였던 것이다.

 

지난 11일 오전 ㄱ아파트 관리사무소에 60대 여성이 찾아왔다. 그는 주저앉아 집이 너무 커, 10만원 내놔를 반복했다. 혼자 사는 여성이었다. 관리사무소는 치매 환자로 추정했다. 자식이 둘 있지만 연락처를 알 수 없다고 했다. 출동한 경찰관 두 명도 신원 파악에 실패했다. 그는 그렇게 30분을 울다가, 바닥에 앉아만 있다 집으로 돌아갔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하루에도 3~4명씩 치매 환자들이 찾아온다고 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월부터 전국 15개 영구임대아파트 단지에 주거복지사를 배치했다. 국토부는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돌봄서비스라고 밝혔다.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치매 노인 대응을 떠안고 있다는 점에서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알 수 없었다. 이들의 남은 삶을 누가 돌봐줄 수 있을까.

 

※ 각 문단에서 중요 부분만 발췌함


출처: 경향신문 (https://khan.co.kr/view.html?art_id=201910162056005&fbclid=IwAR3wNSKmY1F9yzGHx6TamfDq-aYdKFdKL1OZ3_-JNdOeHD9HoBZb09dIJ_o&utm_source=twitter&utm_medium=social_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