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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이에 마사시,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2016



아침 떠나는 길에 우연히 책을 소개하는 기사를 읽고 저녁 돌아오는 길에 곧장 달려가 집어든 책. 까다로운 안목을 가진 건 전혀 아니지만 돈은 합리적으로 쓰고 싶다는 이유로 소설은 웬만하면 사지 않는데, 이 책은 제목부터 사람을 끌어당기는 면이 있어 바로 읽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나로서는 꽤 드문 일이다.


소설은 23살 청년 사카니시가 존경하는 건축가 무라이 슌스케와 보낸 어느 여름의 이야기를 그렸다. 건물에 녹아든 노건축가의 건축관이 사람의 인생과 묘하게 어우러지고, 그것이 또 젊은 사카니시의 마음에 스며든다. 드라마틱하지는 않아서 조금 지루하기도 했지만, 한줄한줄 아껴가며 읽었다. 슬며시 목이 메이는 부분도 있었지만 읽는 내내 평온했다. 어떤 의미에서는 힐링 책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인상적인 구절을 적어본다.


"나눗셈의 나머지 같은 것이 없으면 건축은 재미가 없지. 사람을 매료시키거나 기억에 남는 것은 본래적이지 않은 부분일 경우가 많거든. 그 나눗셈의 나머지는 계산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야. 완성되고 나서 한참 지나야 알 수 있지." (p. 180)


"불합리하거나 억지 등 여러 가지 일에 정면으로 부딪쳐야만 할 때가 있지. 그것이 건축가의 일이야. (...) 우치다 군은 셔터를 내려버리니까 말이야. 그렇게 해서 자기 자신을 무감각하게 해 놓고 불합리하거나 억지를 잠자코 받아들이려는 성향이 있어. 자기가 다치지 않고, 잘 흘려보내기 위한 방위책일지도 몰라. 그러나 그래서는 오히려 상처를 입는 결과가 되거든."

(...) "그런 일을 되풀이하고 있는 동안에 자기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이 하고 싶지 않은지, 점차 모르게 돼. 알겠나? (...) 다만 마지막에는 밀린다 해도 자기 생각은 말로 최선을 다해 전달해야 하는 거야. 그렇지 않으면 자기가 생각하는 건축이 아무 데에도 없게 돼. (...) 그것이 도대체 무슨 도움이 되느냐고 물으면, 아무 것도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말할 수 밖에 없어." (pp. 352-353)



소담한 한옥이든 웅장한 고딕 대성당이든, 그 안팎에 녹아있을 사람들의 삶이 건물의 아름다움과 감상을 결정한다는 생각을 부쩍 하는 요즘이다. 울창한 숲에 안긴 고즈넉한 여름 별장이 사카니시에게 특별한 것은, 단지 대건축가 무라이 슌스케의 손길이 닿은 작품이어서가 아니라, 존경하는 무라이 선생님과 설계 사무소 사람들과의 한여름 추억 때문일 것이다. 그러고 보면 사람의 삶과 인연이 만드는 서사는 어쩌면 이렇게 언제나 마음을 흔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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