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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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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3 발도장만 찍고 온 친퀘테레 꼭 친퀘테레에 가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피렌체의 태양이 나를 반쯤 태워놓았거든. 35도 가까이 치솟은 한낮 기온도 기온이지만 피렌체의 햇볕은 유독 따갑고 눈부셨다. 반나절 동안 별 하는 일도 없이 피렌체 시내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고 보니 이탈리아의 한낮에 '감히' 외출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몇 년 전, 정오 무렵 기온으로 47도를 표시했던 스페인 세비야 시내의 어느 기온계를 떠올리면서 숙소로 돌아왔다. 여름 폭염과 햇살은 사람의 진을 빼놓는 무언가가 있다. 잠시 열을 식히려고 숙소로 돌아왔을 때 맞은편 침대에는 막 체크인한 듯한 낯선 여자가 짐을 풀고 있었다. 벽에 기대어 침대에 앉아 아이폰을 들여다보는데 시선이 느껴졌다. 고개를 들어 쳐다봤더니 그 룸메이트(?)가 기다렸다는 듯이 눈을 마주쳐 인사를 ..
ep #2 열정과 찜통 사이, 7월의 피렌체 두 눈이 번쩍 뜨인 건 한밤중이었다. 사방이 어두웠다. 곤히 자던 나를 깨운 건 같은 방 누군가의 코 고는 소리였다. 습관적으로 머리맡을 더듬어 아이폰을 켜니 새벽 서너 시쯤이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방금 전까지 밀라노 아니었어? 생각거리가 생기니 잠이 깨는 건 금방이었다. 밀라노 말펜사 공항에 내렸던 순간의 장면부터 되짚어 보자. 밀라노에서 기차를 타고 두어 시간 달렸다. 피렌체 산타 마리아 노벨라 역 플랫폼이 가까워지는 장면도 떠올랐다. 플랫폼을 서성이는 수많은 배낭족을 제치고 길을 건너 햄버거 가게를 지났다. 역 앞에서 코카콜라 프로모션을 했던 것 같은데 나, 그 공짜 콜라 받았나. 그늘 하나 없는 길을 걷는 동안 직사로 내리꽂히던 햇볕. 정수리가 타는 듯해 '모자를 가져올걸' 후회했던 것도 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