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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기록: About Me/내킬 때 쓰는 일상

170614_170614 무제


요즘은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는다. 2주 전에는 열이 39.4도까지 올랐고(40도 못 깼어... 아까워ㅠㅠ) 일주일 동안 간신히 몸을 추슬렀더니 이번에는 목이 말썽이다. 그 밖에도 여기저기 아픈 곳도 많고 체력도 많이 떨어져서 사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에너지만 쓰고 있다. 숨 쉬고 먹고 자고...


몸이 아파서 마음이 고달픈 걸까, 그 반대인 걸까. 지난 시간을 돌이켜 보면서 부쩍 생각이 많아진 이후로는 스스로 느끼기에도 멀쩡하고 활기찬 날보다 아프고 피곤해서 침대에 누워있는 날이 더 많은 것 같다.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누군가의 말대로라면 나는 2주에 한 번씩 크게 앓는 종잇장 같은 체력의 소유자다. 엄마 말로는 나는 어릴 때부터 가슴 속 근심이나 고민이 그대로 몸에 나타나는 유독 예민한 아이인 탓이란다. 요즘은 내가 앓아누울 때마다 병명 앞에 ‘신경성’이라는 말을 즐겨 붙이고 계신다. 신경성 인후염, 신경성 족저근막염, 뭐 이런. 그 이론대로라면 나는 늘 근심하는 만큼 앓아눕는 주기가 짧은 거겠지.


대체 뭐가 이렇게 나를 힘들게 하는 걸까. 저축 상태는 나쁘지 않고, 크게 사치하는 편도 아니니까 원하는 것도 대체로 다 살 수 있다. 인간 관계도 괜찮고 집안에도 문제 될 건 없다. 결국 내가 찾아보지 않은 곳은 내 마음 속이었다. 안개마냥 형체가 없던 그 문제는 정말 생뚱맞게도 지금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유엔 시절 인터뷰에서 툭 튀어나왔다. “당신이 어디에서 왔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당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서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뜨끔했던 그 따끔한 말에 결국 나는 내 머리 속의 그 문제에 드디어 답해야 하는 순간이 온 것을 직감했다.


1년 전부터 매일 밤 잠을 이룰 수 없게 하던 내 머리 속의 질문, 너는 무엇을 원하고 어떤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가. 삶의 궤적을 어떻게 그려가기로 마음 먹었는가. 우습지만 이 나이가 되도록 단 한 번도 제대로 그 물음을 마주한 적이 없는 것 같아서, 이제는 각 잡고 그 대답을 해 보려고 한다. 대단하지는 않더라도 성실하게, 꾸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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