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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기록

[미드 자막] The Middle S02E09


한 천년 만에 미드 자막 작업했던 거 들여다 보니 은근 재미있다. 한 편 더 해 볼까.

6년 만에 미들 시즌2 에피소드9의 자막을 다시 살펴본다.



크리스마스와 함께 미국 명절의 양대산맥을 이루는 추수감사절.

프랭키는 친정 부모님과 함께 할 순간을 고대했지만

동생이 딸래미의 발레 리사이틀을 핑계로 엄마 아빠를 스틸(?)해 가는 바람에 기대가 꺾인다.




You don't have a leg to stand on, and you know it.

넌 할 말 없거든? 너도 알잖아.


not have a leg to stand on :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래서 전화로 동생과 투닥투닥거리다가 넌 할 말 없다며 흥칫뿡하시는데ㅋㅋㅋ


내가 영어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저런 관용적인 표현이 심심치 않게 쓰인다는 것이다.


직역하면 '지탱하고 일어설 다리가 없다'인데, 조금만 살짝 더 깊이 생각해 보면

어떤 상황에서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의 근거가 몹시 빈약해서 더 요구하거나 주장을 할래도 할 수 없는 뉘앙스를 가진 표현이라는 걸

아주 간단히 잡아낼 수 있다.


저 말을 쓴 걸 보면 프랭키 생각으로는 동생 자넷의 말이 얼토당토 않았던 모양ㅋㅋ


프랭키와 자넷이 엄마를 누가 모시네 마네, 아주 훈훈하게 다투시는 동안

엄마랑 특별한 명절 추억을 만들고 싶어 칼질하던 수가 손가락을 베이면서 이 다툼은 "어...유혈 사태 발생(I got a bleeder)"이라는 말로 일단락된다.


그냥 "피 본다"고 하려다가 뒷 장면에서 수가 턱까지 썰리는 바람에ㅋㅋㅋㅋㅋㅋㅠㅠ 블러드 땡스기빙...




You're not gonna bail on me, are you?

나 바람 맞히지는 않을 거지?


bail on : (데이트 약속을) 어기다



단촐한 명절이 될까봐 걱정된 프랭키는 직장 동료인 밥도 부르기로 하지만 은근 걱정되나 보다. 약속 어기지 마아~~?라고 다짐까지 받아낸다.


bail on은 단 두 단어로 "나 바람 맞히지 마"라는 말을 할 수 있어 (내게는) 아주 간단하고 효율적인 표현이지만

사실 bail 자체는 "When things get hard, you bail." (그아 S07E12)이라는 대사에서 처음 접했을 때 단번에 이해하기 어려웠다.

사전에서 bail은 가장 먼저 '보석금'이라는 뜻을 갖는 걸로 나타나기 때문인데, 저 대사의 앞뒤를 봤을 때 보석금을 낸다고 해석하면 곤란하다.

저 말을 들은 애리조나가 보석금을 낼 만큼 큰 사고를 친 게 아니기 때문. 뭐, 어느 의미로는 사고 친 게 맞긴 하지만.


애리조나는 캘리한테 같이 아프리카에 가자고 했다가, 공항에서 찼다가, 대뜸 돌아와서는 다시 들이대는데

화끈하면서도 기본적으로 성실하고 여린 캘리로서는 이랬다 저랬다 하는 애리조나를 쉽게 받아주기 힘들다.

그 모습을 지켜본 캘리 절친 마크는 조언을 해 달라는 애리조나에게 "you bail"이라고 하는 건데,

프랭키가 하는 것처럼 "나 바람 맞히지 말라"는 뜻도 아니고 단어 그대로 보석금을 낸다는 뜻도 아니다.

그보다는, 돈을 내고 수감 상태에서 벗어나는 것처럼 속 편한 방법으로 일을 처리한다는 편이 맞겠다.


즉, 마크가 한 말은 "조금 힘들어진다 싶으면 넌 그냥 관둬버려"라는 뜻이다.

연인과의 갈등이나 딜레마를 제대로 마주할 생각도 없이 그냥 도망쳐 버렸던 무책임한 애리조나를 적절히 꼬집는다.




또 미들 얘기 하다가 그아 얘기가 나와버렸네.

아무래도 두 드라마를 동시에 보면서 영어를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던 때라 머리 속에서 둘이 연관 검색어처럼 엮여 나온다.



어쨌든,

가족과 함께 하는 빅 땡스기빙을 꿈꾸는 사랑 많은 아줌마 프랭키는 남편을 닦달해 시아버지와 시동생 그리고 자신의 이모들을 부르는데




형 마이크와는 달리 약간 얼 빠진 듯한 시동생 러스티는 형수의 이모 이디를 보고는




If I was a thousand years older, I'd take run at that.

내가 한 천 살만 더 먹었어도 한 번 꼬셔볼 생각을 했을텐데.


take a run at~ : ~에 덤벼들다



미친ㅋㅋㅋㅋㅋ

어머니 뻘인 이디 할머니에게 크..내가 조금만 더 나이 들었으면 '달려들'었을텐데라고 말하는 건데

꼬셔본다고 번역하긴 했지만 존트 짐승스러운 표현이다ㅋㅋㅋㅋㅋ


그게 나이 많은 사돈 어르신한테 할 말이냐ㅋㅋㅋㅋㅋㅋ



...

(위험한 새끼일세)





Your brother is crying out for love.

당신 동생은 사랑이 아주 절실하다고.


cry out for~ : ~을 아주 필요로 하다, 요구하다



헥 집안 남자들로 말할 것 같으면 극단적으로 무뚝뚝한, 걸어 다니는 목석들이다.

그런 와중에 파파 할머니에게 히릿!해 볼 생각까지 했던 러스티는 형수 프랭키에게 "제가 아버지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들었으면 이렇게 되진 않았을 거예요"라고 말하고, 그 말을 들은 프랭키는 마이크를 따로 불러 당신 동생 좀 챙겨라, 너네 가족은 사랑이 너무 없어!라고 말하는 것.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그리고 집이 홀랑 불탄 뒤 자기 집 앞마당에 텐트 치고 사는 동생이 못내 걱정된 마이크는 프랭키의 말대로 땡스기빙 디너에서 가족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기로 하는데.



음... 내가...내가...이 말을 하려고...

음...




다 쳐다본다


하...긴장되게.




I am, uh, gonna get the ball rollin'.

내가...시작해야겠군.


get the ball rolling : 일을 시작하다, 착수하다



'사랑한다'는 말을 재촉하는 프랭키의 gaze에 헛기침을 하던 마이크 아저씨는 "사랑합니다 아버지~~"라고 어렵게 입을 연다.


근데 존트 이상하게 꼬이는 사랑의 대화ㅋㅋㅋ




이디 할머니는 뜬금없는 고백을

난 블랙을 사랑했숴! 그냥 그땐 그 사랑이 조금 특이했을 뿐이라고!

(interracial love가 특별했던 시대에 살았던 이디 할머니...정말 한 천 살쯤 되시는 거예여?!)




밥은 아홉살 꼬맹이에게 밀리고


분위기 개판 된다.




표정이 모든 걸 말해주지.



이런 걸 생각한 게 아닌데...?




Well, who would've thought "I love you" would turn out to be

the biggest wet blanket ever thrown over a Thanksgiving dinner?

추수감사절 저녁 식사가 시작된 이래로

"사랑해요"가 분위기를 최악으로 썰렁하게 하리라고 누가 생각했겠어요?


wet blanket : 흥을 깨는 사람/ 파티 등의 분위기를 다운시키다



wet blanket이 대체 무슨 말인지 몰랐던 시절이라 대강 제꼈던 번역인데 자막을 본 디씨인이 친절하게 메일로 피드백을 해 주었다.

젖은 담요가 왜 '썰렁함'의 대명사가 되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대충 차갑게 젖은 담요를 두르면 얼마나 추워지는지 정도를 상상하면 납득되는 표현이다. 그분의 피드백을 받고 약간 의역했다 (물론 내 마음임. 내가 만들었는데! 흥).




You know, fix you some meals, and, uh, till you get rid of the walker.

그 보조 기구 없앨 때까지는 식사도 좀 챙겨 드리죠 뭐.


fix a meal : 식사 준비를 하다



'사랑합니다 아버지'는 실패한 듯 했지만 헥 가족은 뼛속까지 냉혈한이 아니라 나름의 방식으로 관심과 애정을 표현하는 사람들이다.

다르게 말하자면 츤데레들.


엉덩이를 다친 늙은 아버지가 걱정되면, 졸지에 홈리스가 된 아들이 걱정되면 우리 그냥 같이 살래?라고 말하면 될 것을

"아버지 태워다 드릴게요" "데려다 주기만 한다면야 내 집에서 자도 된다" "네, 아버지 집 마당에 텐트 치죠 뭐" "텐트 칠 거면 안에 들어와도 된다" "안에 들어가면 집 좀 치워드리죠 뭐"라고 귀찮게 빙빙 돌려 말하는 비효율적인 사람들ㅋㅋㅋ


은근히 츤츤거리면서 그 보조 기구가 필요없어질 때까지(=아버지 다 나으실 때까지) 아버지 식사 챙기겠다고 말하는 러스티.

프랭키네 가족처럼 사랑한다는 직접적인 verbal expression을 쓰진 않지만 진정 가족을 향한 사랑만큼은 뒤지지 않는 귀여운 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