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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록: Voyage/외출 #excursion

[경기 광주] 어버이날 화담숲


※ 주의 : 이 글은 화담숲 나들이에 관한 유용한 정보는 일절 포함하고 있지 않습니다.



어버이날, 우리 집 3대가 광주 화담숲에 다녀왔다. 외출 계획이 없었는데 최종 보스께서 지인들과 다녀온 이후 워낙 마음에 들어해서, 쿨쿨 자고 있던 나를 아침 일찍부터 채근해 깨웠다 (왜 나까지...).


휴일이라 사람이 많을 것 같다는 나의 짜증 섞인 만류에도 부득불 외출을 강행한 우리 집 독재자. 우리 집에 민주주의란 없지, 그렇죠.


도착하니 역시 예상대로 연휴 마지막 날을 즐기러 나온 사람들로 북적북적.



 

광주 곤지암에 있는 화담숲은 LG 상록재단이 공익 사업의 일환으로 설립, 운영하는 수목원으로, 경기도 광주시 도척면 도웅리 약 41만평 부지에 조성되었습니다.

현재 총 17여개의 다양한 테마 정원과 국내 자생 식물 및 도입 식물 약 4,300종을 수집하여 전시하고 있습니다.

- 화담숲 소개

Source: www.hwadamsup.com


그렇다고 한다.


곤지암 리조트 바로 옆에 붙어있어 생각보다 위치도 파악하기 쉬웠다. 겨울에 스키 타러 왔다가 겸사겸사 들러봐도 좋을 것 같지만 스키와 식물을 동시에 사랑하는 스키어는 많지 않겠지 하하.


화담숲 입구까지 가는 법은 다음과 같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조금 걷고, 리프트를 타기. 찾아가는 건 어렵지 않다. 힘들고 귀찮을 뿐 ㄱ-


화담숲 주차장은 만차여서 리조트 주차장에 차를 대고 걸었다.

어버이날답게 가족 단위로 온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처럼 어르신들을 모시고 온 가족도 많고, 유모차를 끌고 온 젊은 부부도 많고.


리조트 줄은 조금 길었지만 순환 속도가 제법 빨랐다. 먼저 가서 줄을 서 있다가 연로하신 할머니와 최종 보스를 태워 보냈다. 한 명이 기다려서 셋이 자리 차지하는 것보다 둘만 타는 게, 뒤에서 기다리는 사람들 눈총도 덜 받을 것 같아서. 나는 리프트 옆 산책로로 걸어서 올라가기로.




길 양 옆으로는 계절에 맞는 꽃이 피어있고 도랑을 따라 물도 졸졸졸 흐른다. 날씨까지 화창하니 금상첨화.

우리 뫄뫄 꽃길만 걸으실게요~할 때의 그 꽃길 밟는 기분이 이런 건가?


다 좋은데, 걷다 보니 더워서 좀 빡쳤다.



타고 올걸.


성인 입장료가 1인 9,000원이다. 좀 비싸다.

공익업이라면서요.

재벌이라고 벗겨 먹을 생각은 없지만요, 조금 낮춰도 괜찮지 않을까요. 흠흠.




화담숲 출구에 있는 한옥 주막.

예쁘긴 오지게 예쁜데 음식이 더럽게 비싸다. 투덜투덜




안으로 들어오니 입구에서 보던 것보다 사람이 훨씬 많았다.

어차피 정해진 코스만 쭉 따라 정상 찍고 내려오면서 식물 테마를 하나씩 둘러보는데

그 긴 길을 사람이 가득 메우고 있었다. 흡사 산을 따라 사람으로 띠를 두른 듯.




그래도 산중턱까지 꽤 올라오서 내려다 보니 이런 모습.

녹음이 푸르다.




화담숲에는 모노레일이 다닌다. 한 번에 스무 명 정원인가.

매표소에서 모노레일 표를 살 수 있다. 정상에는 모노레일 하행 표를 파는 매표기가 따로 있다.


보스께서 할머니를 생각해 모노레일 표를 끊을까 말까 고민하는 사이에

내가 등을 확 떠밀어서 모노레일은 타지 못했지만.


모노레일 탈 거면 뭐 하러 왔담, 걸으면서 풍경 보는 재미에 온 건데.

곳곳에 벤치와 쉼터가 있어서, 거동이 아주 불편한 어르신이나 환자만 아니라면

천천히 걷고 쉬면서 무리없이 구경할 수 있다.




자작나무 숲.

흐음... 양치한 기분이다.


사진이나 영화에서 보던 울창하고 하얀 자작나무 숲과는 거리가 멀었다. 아직 나무가 많이 어려 보였어.




단풍은 가을에만 볼 수 있는 줄 알았는데...?


호암 미술관으로 가는 길에는 벚나무가 심어져 있는데

벚꽃 축제 철에는 이 벚나무가 만개한 자연스러운 모습이 아니라

미리 만개한 상태로 얼려둔 벚나무를 옮겨 심는다는 썰이 있다.

너도... 혹시 그런 거니?



여기서 문제 발생.

이미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아침 일찍 일어나 싫어하는 트레킹까지 끌려와서 골이 난 나는

사람 많고 더운 데다 먹을것을 한 짐 지고 있어서 슬슬 짜증이 올라와 있었다.

(원래 사람 많은 곳 가기 싫어하고 오르막길을 오래 걷는 걸 좋아하지 않음. 즐기지도 못함)

무엇보다도 화담'숲'이라길래 따라왔더니 숲이 아니야 이건. 화담산이지.

어릴 때 같았으면 싫은 티 팍팍 내면서 짐을 패대기치는 만행을 부렸을테지만 어쨌든 이제는 성인 아닌가.


짐을 패대기치진 않고 얌전히 벤치에 앉아 더 이상 못 올라간다고 포기를 선언했다.

결국 보스 짐을 맡아 벤치에 앉아있었는데 옆에 앉은 아이들 재잘대는 소리가 어찌나 시끄러운지 (소음에도 약함).

5분 고민하고 벤치를 떠나 정상을 향해 걸었다. 짐만 더 늘었네 하하.


다행인지 불행인지, 정상까지는 멀지 않았다.

정상 바로 밑까지 와 놓고 나 더는 못 가겠다고 했던 것이다.

보스와 할머니 모습은 이미 보이지 않았고, 나 혼자 정상 찍고 내려왔다.


모노레일 타고 내려올까 잠시 고민했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혼자 슬렁슬렁 내려가면서 자연을 느껴보기로.




혼자 올라가다가 발견한 물레방아.




내려오다 배고파져서 꽈배기 하나 먹었다.


올라가는 길과 달리 내려오는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미완성된 정원을 경유하는 코스와, 그렇지 않고 바로 내려오는 코스.

보스와 할머니는 정원을 경유하는 코스로 갔을 것임에 틀림없기에 나는 바로 내려가기로 했다.

심통 낸 거 눈치 보여서라도 먼저 가서 기다려야지. 그리고 좀 귀찮기도 했고.


내려오는 길은 두 갈래이다 보니 관람객 밀도가 좀 덜 했다. 이어폰 끼고 꽈배기 하나 뜯어 먹으면서 걸었다.




위에서 내려다 보니 원목 데크길이 구불구불 길게 산을 타고 내려가고 있고 그 주위를 꽃과 나무가 화사하게 장식했다.

올라오는 길보다 내려가는 길이 더 예뻐서 군데군데 사람들이 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사진 속 여자 분들은 일단 모자이크 처리. 당신의 초상권은 중요하니까요. 




이날 기온 24도. 체감 온도 25~26도. 초여름 날씨였다.

얇은 반팔 티를 입은 데다 산바람까지 산들산들 시원하게 불었지만 내리쬐는 햇볕에 목덜미에 땀이 났다.

그나마 내려가는 길 곳곳에 폭포가 있어 다행이었다. 물이 쏟아지는 그 앞에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시원했다.

온몸으로 스프라이트 샤워!!한 기분까진 아니더라도.




아래쪽에는 연못도 조성해 두었다.

여기서 본 잉어가 어마어마하게 컸다. 당장이라도 용으로 승천하는 줄.


내려오는 길에는 암석원이나 분재원, 추억의 정원 같은 테마 코너가 많았지만 다 생략하고 일단 내려오는 데 초 집중했다.

그나마 원앙 한 쌍이 연못에 떠도는 거 보고 멈췄을걸?




곳곳에 피어있는 꽃도 예쁘지만 풍경 자체가 아름다웠다.

봄이라 그런가, 그 어느 계절보다도 푸른 녹음이 펼쳐져서 어디를 둘러봐도 보기에도 편하고.


그래서인지 유독 출사 나오신 분들이 많았다.

가을이 되면 낭만으로 가득할 것 같은 곳인데, 그때가 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카메라를 들고 찾을 것 같다.

...나도 카메라 갖고 싶어지네, 문득.




오 웬 무지개?!

유독 덩굴형 아치에서 무지개를 카메라에 담는 사람들이 많았다. 멋진 사진 나오려나.




또다른 연못.

여기서 일하는 조경사들 꽤 많겠다 싶은 생각.




아무 생각없이 찍었는데 저멀리 무지개가 걸려있네.

물만 맑았어도 발 담그고 막걸리 마시면 딱 좋겠다는 생각을 했을 지도.




한옥 주막 문제의 도토리묵.


나홀로 트레킹을 슬슬 마쳐갈 즈음 보스에게서 전화가 왔다. "너 어디야?"

오라고 하신 곳으로 갔더니 그 사이에 벌써 김밥과 도토리묵을 시켜놓으셨다.

해물 파전 시키지라는 말은 못하고 도토리묵만 대충 입에 쑤셔넣는데 그럭저럭 맛있었다. 짜지도 않고.

다만 너무 비싸. 만오천원이라니?! 그리고 해물 파전이 만팔천원인가.

이 집 해물 파전에는 뭘 넣었길래 그래요? 오징어 대신 문어라도 넣으셨남.


막걸리도 시켰으면 딱 좋았을텐데 할머니는 못 드시고 보스는 운전해야 하고 난 혼자 술 못 마시고.

막걸리는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슬픔.

원래 산은 내려와서 술 마시려고 오르는 거 아닌가요?!


나는 운동을 하려면 '오늘은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어떤 운동을 어느 정도로 해야지'라고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는 데다

남의 뜻이나 기분에 맞춰 즉흥적으로 움직이는 걸 극도로 싫어한다-물론 내가 즉흥적으로 움직이는 건 괜찮지만.

그래서 최종 보스와는 여간해서는 잘 외출하려 하지 않는데다 (도무지 언제 어디로 튀실지 모르는 분 되시겠다. 즉흥 외출의 甲)

등산은 정말이지 취미에 안 맞는데 어버이날, 그리고 할머니를 핑계로 나름대로 좋은 외출을 했다.

폐가 깨끗해진 기분ㅋㅋ

생각지도 않게 트레킹을 했네. 킁. 워킹화 신고 올걸.



아무튼.


화담숲 소풍 이야기는 여기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