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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록: Voyage/'14 mon voyage en Europe

#Rev1 나 또 혼자 간다, 유럽!_Day 0


주의: 감상적인 기행문이나 에티하드 항공에 관한 정보를 기대했다면 이 에피소드는 적절하지 않습니다. 이건 17시간동안 비행기를 타고 가면서 아프고 지루했다는 말을 하려고 쓴 글이니까.



여행 기간 : 2014.01.23-2014.02.07



2014년 1월 23일 목요일 새벽 1시. 오매불망 기다려 온 순간이 왔다.

 

에티하드 항공사의 슈퍼 글로벌 세일 찬스를 놓치지 않고 잡아서, 마침내 두번째 유럽 여행에 나서는 그 순간...

맨시티 구단주 겸 아부다비 왕자로만 알고 있던 만수르가 에티하드 싸장 만수르님으로 바뀌는 그 순간!

 

새벽 1시 출발 비행기여서, 사실상 22일 밤에 공항에 가야 했는데, 22일 아침부터 난 무지하게 바빴다.

게으름 피우고 있다가 환전도 안 했기 때문에ㅋㅋㅋㅋ

눈 뜨자마자 국제학생증 만들러 나가서, 생각보다 짠 외환은행 환율에 실망해서 우리은행으로 옮겨 가서 환전해 오고, 안 입던 히트텍까지 사 오느라 무던히도 걸어다녔다.

 

얼마나 게으른 여행이었는지, "유럽 여행 가서 좋겠다~언제 가요?"라고 묻는 은행원 언니에게 "이따 저녁에 공항 가요"라고 대답하니 "오늘 유럽에 간다고요?" 하면서 놀라더라.


"근데 환전을 지금 해요?"라는 말이 들렸던 것 같은 착각이 드는 건 내 기분 탓이겠지?


그런데 "오늘 유럽에 간다고요?"라는 말을 듣는 순간부터 조금씩 두근거리더라.

조금은 부끄럽고 긴장되고 신나고 두렵고 떨리고 불안한 마음이었다. 멋 모르고 갔던 첫 여행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조금은 두려운 마음도 들어서, 멀리 떠나는 딸 든든하게 밥 챙겨 먹이려고 부리나케 퇴근한 엄마한테 공항 버스 타기 전까지도 "엄마 나랑 가면 안 돼?ㅠㅠ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라고 졸랐다니까.

 



공항 버스를 타고 인천으로 가면서도 내내 이 모든 게 왠지 낯설게 느껴졌다.

 

두번째면 당연히 불안한 것도 없고 오히려 더 덤덤하게 가야 하는 거 아니야? 하겠지만, 두번째라고 반드시 익숙한 건 아니다.

그때와는 여행 예산 규모도 다르고, 일정도 다르고, 가는 곳도 다르고, 무엇보다도 내가 다르다.

그때는 해외에 한 번 나가본 적 없이 영어가 좀 된다는 근자감만 갖고 얼렁뚱땅 떠난 대학생인 나였고, 지금은 혼자 하는 해외 여행의 외로움이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유럽이니까' 영어만 믿으면 안 된다는 걸 온몸으로 경험하고, 다녀오면 현실적인 걱정이 한 보따리인 준 사회인인 나다.

 

한 드라마에서 '인간은 변해갈 수 밖에 없는 동물이야'라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났다.

그 대사처럼, 변할 수 밖에 없는 여행자를 따라 여행도 매번 변해가고, 그러니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언제나 시작이고 처음인 것처럼 절대 익숙해질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공항 도착. 1시간은 걸리겠지? 하고 조금 일찍 출발했는데 비행기 출발 4시간 전에 도착했다.

첫 여행 때도 그랬는데ㅋㅋㅋ그건 안 달라지는구나.



히히. 내 마음이 둠칫둠칫두둠칫해ㅋㅋ


로밍도 안 해 간 나란 여행자.

슼 로밍 부스를 찾아다니다가 에티하드 카운터를 발견했는데 벌써 줄이 길다. 읭?! 놀라서 로밍은 나중에 하기로 하고 줄부터 섰다.

그대로 한 시간 줄 서서 기다리는데 손이 허전하다. 장갑을 잃어버렸다.

집에 전화까지 해 가며 난리 피우다가, 갑자기 장갑 잃어버린 게 대수냐...하는 현자 타임이 와서 얌전해졌다. 한 번 다녀온 유럽에서 '거기도 사람 사는 곳이구나'를 체감하고 나서 이번에도 "거기 가서 장갑 사지 뭐"라고 안심했던 건데, 이땐 몰랐지... 장갑 잃어버린 것 때문에 빈에서 손이 꽝꽝 얼다 못해 부르트게 될 줄은.

 

한 시간 정도 기다려 표를 받고, 로밍은 콜센터 통해서 하기로 하고 일단 출국장부터 들어간다. 평일 늦은 밤인데도 여기도 줄이 이~~만큼이다.

"여기 비었어요! 이쪽으로 오쎄여!!!!!"라고 소리치는 공항 직원 언니의 외침에, 질려있던 나는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100m 전력 질주를 했더란다.

 

외항사는 공항 셔틀 트레인을 타고 더 나가야 된다고 했던 친구 말을 떠올라 전철(?)을 타러 가기로 한다. 탑승 게이트 따라 화살표 방향대로만 따라가니 진짜로 셔틀 트레인을 타는 곳이 나왔다.



남자의 등짝에 홀리듯이 걸어서.jpg



작은 기차 타고 가야 한다니... 신기하다 촌녀

 

인터넷으로 미리 주문해 둔 면세품을 인도받고, 게이트 앞에서 이제나 저제나, 문이 열리기만 기다렸다.

그 와중에 사람들은 별그대 보고ㅎㅎ난 면세점에서 완전 득템한 손목시계만 설레서 찼다 풀었다ㅋㅋ 나한테는 제대로 된 첫 손목시계다. 야호!




얘가 10시간 동안 열심히 날아 날 아부다비로 데려다 줄 비행기!

가까이서 보니 무지 컸다. 원래 비행기가 이렇게 큰가 싶을 정도로 컸어.




게이트 바로 앞에 코 박고 기다리고 있던 덕에 게이트 열리자마자 꽤 빨리 비행기에 들어갔다.

창가 좌석에 앉아 비행기 날개 사진 열심히 찍고 티익스프레스 출발하기 직전 심정으로 기다려 비행기 이륙!




비행기가 인천을 떠나 아부다비로 향하는 사이에, 첫번째 기내식이 나왔다.

중동 항공사는 음식에 향신료가 많이 들어가서 한국인 입맛에 잘 안 맞는다는 말을 들었는데, 누가 그래?! 에티하드 비행기 4번 타는 동안 나온 기내식 전부 다 맛있었다. 저 오믈렛이 대박ㅠㅠ 별 거 아닌데도 대박 맛있었어ㅠㅠ 입에서 살살 녹는다.

저 시금치 같은 것은 별로였지만... 초코 머핀 빼고는 남기는 거 없이 싹싹 다 비웠다.

 

에티하드 승무원들도 정말 친절했다. 항상 웃는 얼굴로 응대해 주고 말투도 상냥해... 심지어 캐빈 캡틴 같은 승무원은 계속 내 이름을 불러서 진짜 깜짝 놀랐다. 어떻게 알고;;; 걍 때려 맞춘 건가 하기에는 너무 줄기차게 당당히 내 이름을 불러서 진작에 팔려나갔을 내 신상 정보가 중동까지 팔린 줄 알았다.

 

자고 깨고 영화 보고 화장실 갔다 오고 멍 때리고 자고 깨고 영화 보고... 책이라도 읽을라 쳐도 이게 집중이 될 리가 없다ㅠㅠ

옆에 앉은 아저씨는 본인 좌석 모니터가 안 나와서 10시간 동안 잠만 자기로 작정한 듯 깨질 않는다. 저렇게 딥슬립하다니 그저 부럽죠.

에티하드 좋네, 기내식 맛있다 >< , 밤하늘 멋지네 :) 심심해.......하는 동안, 어느 새 저 아래로 새벽녘 아부다비가 보였다.

 

 

석유로 지은 도시 위에서.


아부다비에 도착한 건 동이 틀 무렵이었다. 공항 가까이 다가갈수록 아부다비 하늘은 밤에서 아침으로 바뀌었는데, 그 캄캄한 어둠 속에서도 아부다비를 환하게 밝히는 야경이 인상적이었다. 새벽 즈음에 서울도 저 정도로 전깃불로 거리를 환하게 밝히려나. 부내가 철철 흐르는 아부다비.




도차악.




쥐 난 것처럼 잔뜩 시큰시큰하고 저린 무릎을 억지로 펴서 비행기에서 내렸다. 환승 시간이 2시간 정도 뿐이어서 조금 서둘렀다.

근데 게이트에서 나오니까 사람들이 흰색 아니면 검은색 옷만 입고 있다. 남자는 저 흰 아랍 전통 의상, 여자는 검은 차도르...


공항 직원도 몇 명은 전통 의상을 입고 있어서 몰라보고 휙휙 지나치다가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다시 아부다비에 들렀을 때는 "그 줄로 가지 마!", 여러 번 제지당했다. 하하.



내가 진짜 중동에 오긴 왔군.

 

이렇게 사람들 옷차림부터 달라진 걸 보니 신기해, 내가 여기 있는 게. 내가 중동에 언제 또 와 보겠어!

다만, 아부다비 공항은 깨끗하고 와이파이도 팡팡 터뜨려 주고 다 좋은데 환승하러 가는 길이 너무 멀었다. 엄청 걸어야 돼. 엄청.



이런 엄청 긴 무빙 벨트를 타고도 한참 가야 한다.


문득 혈육 생각이 났다. 그는 이렇게 길게(=불편하게) 설계된 환승로를 생각하면 뭐라고 할까.

환승 게이트를 아무리 가깝게 지정해 놓으면 뭐 해.

만수르국의 이해 안 되는 설계 덕분에 10시간 동안 비명을 있는 대로 지르던 내 무릎 관절, 운동 참 야무지게 잘했다.

투덜투덜.



그럼. 물은 소중해요.


조금 생뚱맞지만 3월 22일은 세계 물의 날이다. 인류 생존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오늘도 열심히 일하고 있는 UN이 전세계 식수 부족과 수질 오염을 걱정하며 만든 날. 이거 쓰려고 찾아보기 전까지만 해도 나도 몰랐지만... 사진 보다가 갑자기 생각나서 찾아봤다.




사람이 북적거리는 면세점 구역을 지나서도 또 한참 빙 돌아가야 파리 가는 비행기를 기다리는 줄에 설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미리 아부다비 공항에 대해서 검색하다가 면세점 구역에 저런 천장 디자인이 있다는 걸 알고 좀 유심히 보려고 했다. 예전 그라나다 알람브라에서 봤던 종유석 천장도 생각나고, 원래 아랍 미술에도 관심이 많아서.


그런데 두 시간 밖에 안 되는 환승 시간 내에 그 길고 긴 환승로를 으쌰으쌰 걸어서 또 한참 줄 서서 기다렸다가 입출국 검사도 새로 받고 또다시 사람들을 헤치고 면세 구역을 지나야지만 환승 게이트까지 갈 수 있으니 뭐 볼 시간이 있어야지. 급한 마음에 지나가면서 슬쩍 보기만 하고 말았다. 면세 구역에는 별 거 없었다. 기억 나는 게 낙타 인형 밖에 없어.

 

확실히 파리 가는 비행기라 그런지 벌써부터 내 뒤통수에서 프랑스어가 들려왔다. 살짝 반가운 마음에 집중해서 들어봐도 "께스끄 싸~블라블라~빠히 싸 페 프후아 블라블라~마망~울랄라" 밖에 안 들린다불어 전공자 맞냐. 크헝ㅠㅠ

근데 이 프랑스 사람들 전부 할머니 할아버지다. 어디 단체로 효도 관광 다녀오시는 모양이다. 우리 할머니 얼굴이 떠올라 잠시 가슴이 찌르르 울리네.


이 사람들과 나란히 여권 검사 받는데 공항 직원이 한국에서 왔냐며 "아냥하세여~"라고 먼저 아는 체를 해서 빵 터졌다.

당황해서는 "하이..읭..아..알라.." 버벅거림ㅋㅋㅋㅋㅋㅋ난 아랍어 인사 준비 못했는데. 왠지 미안하네.



만수르국의 작열하는 태양. 이게 오전 8시 해라니.


비행기에 들어가려고 줄 서서 기다리는 동안 잠시 엄마와 통화했다.

와이파이를 겨우 잡아 보이스톡으로 통화했는데, 그 지지직거리는 소음 너머로 엄마가 중동은 어떻냐고 물었다. 그 물음에 즉각 "엄마, 여기 대박 더워"라고 대답했다. 아침 8시였는데 30도가 넘어, 기온이.


다들 쪼리나 샌들 신고 있는데 나만 방한화 신고 있어서 좀 창피할 정도로 뜨거웠다. 국제 공항 안에 있는 건데도 더워.




방금 전까지 비행기에 있다가 또 타려니 이젠 감흥이 없네.

 


비행기를 타고 또 7시간을 날았다. 자체 비행 최장 기록 경신.


옆 자리에는 일본인(으로 추정되는) 아주머니가 앉았는데 영어도 프랑스어도 전혀 못하시는 듯 해서 여러 가지 챙겨줬더니 "땡큐 땡큐"만 연발하신다. 하하, 뭘요... 심심하기도 해서 열심히 도와드렸다. 




비행기 창문은 볼 때마다 두꺼워 보인다. 아니, 볼 때마다 더 두꺼워지는 것 같아.


가끔 상상해 보는 건데 이 창문 열리기라도 하면... 음.

갑자기 답답하다고 비행 도중에 문 열고 나가려 했다던 중국인 이야기가 생각난다.



하늘은 이렇게 파랗고 예쁜데... 가는 길은 무척 지루하고 힘들었다.


자꾸 무릎 아프다 징징거리는 것 같지만, 진짜 겁나 아팠다. 중국 하늘 어디쯤서부터 시큰거렸던 무릎이 이제는 참기 힘들 정도였다.

아 내 무릎... 생각해 보면 비행 시간만 17시간인데 좁은 곳에서 뒤척이지도 못하고 갇혀있으려니 무릎이 멀쩡할 리가 없다. 아시아나 탔을 때는 마침 옆에 누가 없어서 다리라도 쭉 폈지, 지금은 그것도 아니야. 이 비행기 만석이야, 만석. 게다가 옆에는 엄청 점잖고 고상한 분위기를 온몸으로 뿜뿜하고 계시는 일본인(으로 추정되는) 아주머니가 있고.


역시 돈 벌어서 직항 타는 게 최고ㅠㅠ라며 생각지도 못하게 출세욕만 불태웠던 파리 가는 하늘길.




도차악.



오랜만에 보는 쏙띠


7시간을 날아서 마침내 샤를 드 골 공항에 도착했다ㅠㅠ 파리에 도착하니 집에서 나온 지 꼬박 28시간 만이었(다고 생각한)다.

무릎 때문에 절뚝거리면서 입국 심사대로 향했다.


난 머리 속으로 입국 심사 시뮬레이션을 세 번쯤 했는데, 뭐 물어보는 것도 없이 여권만 바코드에 찍어보더니 돌려준다. 히드로 공항 산타 할배 직원은 하다 못해 "여행 잘해" 정도는 말하던데!


그런데 기분 탓인가, 같은 비행기를 타고 온 중동 사람들에게는 이것저것 꼬치꼬치 캐묻는 게 많았다.

 



짐까지 무사히 찾자마자(경유라서 짐 잃어버릴까 마음을 얼마나 졸였는지ㅠㅠ) 은근 귀찮았던 면세품을 박박 뜯어서 캐리어에 넣고 봉인하고, 후아씨(Roissy) 버스를 타러 갔다. 원래는 RER를 이용해 보려고 했지만, 파리에 오자마자 파리 냄새 맡는 건 싫다.

 

그런데 시내에서 공항으로 후아씨 타고 가는 것만 알지 공항에서 시내로 가는 건 몰라서 좀 헤맸다.

지나가던 공항 직원에게 "실례합니다. 후아씨 버스 타려는데 어디로 가야 해요?"라고 물어보니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서 9번 게이트로 나가라고 자세하게 알려준다. "멕씨"라면서 꾸벅 허리 굽혀 인사하니까 이 언니 픽 웃으면서 "잘 가". 겁나 시크하시네ㅋㅋ

 

그 언니가 알려준 대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자마자 후아씨 티켓 발권 기계가 보였다.

그 앞에서 버벅이는 아시아인 커플이 들고 있는 책을 보니 일어로 써 있길래 일본인이냐고 말을 걸었더니 엄청 반가워 했다. 이놈의 발권 기계는 무슨 일인지 카드로만 결제하라고 해 놓고 카드를 안 받아서, 카드가 안 되니까 기사 아저씨에게 직접 사세요라고 일본인 부부에게 말해주고 같이 후아씨를 탔다.

3년 만에 다시 타는 후아씨에 몸을 싣고, 1시간 정도 달려 눈에 익은 오페라 가르니에에 도착. 오는 길에 이 일본인 부부와 수다를 떨었는데 꽤 재미있었다. 이 얘기는 나중에.


공항에서는 비가 야무지게 오더니 여기 와서는 비는 좀 그쳤어도 여전히 날씨가 흐리다.

일본인 아저씨가 내 짐을 내려줘서, 그 부부와 함께 메트로까지 같이 타러 왔다. 둘이 기계 앞에서 "??" 하는 사이에 나는 직원에게 먼저 까르네를 사고, 여기서 직접 사시라고 말해주고 먼저 숙소로 향했다. 아주머니가 "아리가또 아리가또"라며, 여행 잘하라고 격려해 주었다.

 

오랜만에 파리 메트로를 타고, 예약해 둔 민박으로 간다.

숙소 근처의 페르 라셰즈 묘지를 지나면서, 3년 전 스페인에서 만나 파리에서 함께 다녔던 언니들을 떠올렸다. 그 언니들과 여기도 왔었는데. 그땐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묘지에서 졸았지ㅋㅋ지금 파리는 비도 오고 어둑어둑 흐리지만.

 

오후에 도착해서 반나절 정도는 그래도 파리 어딘가로 구경갈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비도 너무 많이 오고(아니 그런 폭우를 사람들이 그냥 다 맞아! 이제 걸음마 뗀 애도 비 다 맞게 하고!흐린 날씨 탓에 해도 훨씬 빨리 질 것 같아서 그냥 다 포기하고 숙소에 짐만 풀고 우산 사러 갔다.

설렁설렁 걸어 마트로 가는 사이에 여러 가게를 지나는데, 첫 여행 때는 잘 보이지 않았던 파리 사람들이 이발하는 모습이나 솔드 기간에 옷을 고르는 모습 같은 일상이 눈에 들어왔다. 아, 좋다.

 

그런데 마트에서 나오는 길에 놈팽이 하나가 "봉수아 마담~너 시간 있어?"라며 집적거리는 바람에 그 기분 망해쓰요.

6시 밖에 안 됐는데 관광객한테 집적거리는 지저분한 놈이 있는 도시라니.

아 이것도 파리지ㅋㅋ싶어 피식 웃고 숙소로 돌아왔다.

 

와 본 도시라고 마음 놓지 말아야지. 더군다나 혼자라, 이 낯선 곳에서 아직까지 완전히 여유롭게 있을 수가 없다.

아직까지는 좀 긴장하게 된다.

 

 

나 또 혼자 왔다, 유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