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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록: Voyage/외출 #excursion

[29시간 고베 여행] #Ep3 고베의 밤

 

 

From 171214 to 171215

 

이 글과 사진의 모든 권리는 미 마이셀프 앤 아이, 오로지 나에게 있음

※ 2020.3.9자로 모 네이버 카페에서 퍼가신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동의하지 않은 공유입니다.

별 거 없는데 뭐 하러 아무 말 없이 퍼가기까지 하셨는지, 그 행동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제 글은 이 블로그에서만 감상하시길 바랍니다.

 

 

이 여행에서 묵은 고베 숙소를 선택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이 게스트하우스에서 마야산 케이블카 회원권을 빌려준다는 이유도 작용했다. 지금도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고 계시려나. 공짜로 멋진 체험하게 해 주신 게스트하우스 마야와 이 정보를 블로그에 올려주신 네X버 블로거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게스트하우스 마야 정보는 여기서    https://kobemaya.com/kr/
 
 
사족이지만 고베 숙소로 게스트하우스 마야 추천한다. 주택가에 위치해 있어서 안전하기도 하고 사장님이 한국 사람이다! 그것도 손님에게 친절하고 고베를 알리려고 노력하는 사람다른 스탭들이 현지인이기는 하지만 영어를 잘하는 편이라 의사소통에는 큰 문제가 없다.
무엇보다 친절하다. 체인 호텔처럼 꼼꼼하고 무조건적인 친절은 아니고, 사람 냄새 나는 친절함이다. 후술할 - 내가 교토로 가지 못하고 귀국해야 했던 - 이야기에서 밝히겠지만, 이 친절함이 나에게는 정말 큰 안정을 주었다.
어디에서 얼핏 보기로는 병원 건물을 사장님과 그 친구들이 직접 리모델링해 게스트하우스로 만들었다고 한다. 시설도 흠 잡을 데 없이 깨끗하고 소박했다. 다만 한 가지 문제라면 옆으로 철길이 있어서 이른 아침에는 전철 오가는 소리에 깰 수도 있다(그럴 걸 대비해서 이어플러그를 나눠주지만). 하루종일 밖에서 돌아다녀서 완전히 녹초가 되면 푹 자느라 못 들을 수도 있겠지만.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언젠가 고베를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웬만하면 이곳에 다시 묵고 싶다.
 
 
고베에서는 유독 많이, 정신없이 걸었다. JR과 게이한이 환승이 안 되어서... 환승만 되었어도 교통비가 조금 비싸도 대중교통을 이용했을텐데. 웬만한 거리는 다 걸어 다니다 보니 그 '웬만한'이 이어지고 이어져 족히 수십 킬로미터는 된 것 같다. 그래도 교토를 여행할 때는 여행 막바지가 되어서야 무릎이 아팠는데 고베에서는 불과 반나절 만에 무릎은 물론 발목까지 끊어질 것 같았다. 풍경은 괜찮은데 불필요하게 많이 걷게 만든 도시, 고베. 피곤쓰.
 
이렇게까지 주절댄 이유는 마야산에 올라가는 버스를 타러 JR 나다 역까지 또 걸어갔기 때문이다. 차이나타운까지 슥 둘러보고 부지런히 걸었다. 주변이 어둑어둑해져 케이블카 플랫폼에 도착할 즈음에는 마야산에서 야경을 내려다 보기 딱 좋을 타이밍이었다.
 

 

 

 

JR 나다 역 남쪽 출구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마야산 케이블카 입구까지 갔다.

 

스 번호가 없어서 처음 탈 때도 마을 주민들을 곁눈질하며 눈치로 대충 탔다. 한참 기다렸다 탔던 버스라 돌아갈 길이 걱정되었다. 내리자마자 버스 사진도 찍고 정류장에 붙은 노선도도 찍고서야 다시 케이블카를 타러 총총.

 

 

 

 

 

고베 마야산 케이블카 스테이션

 

 

 

 

정작 케이블카 플랫폼을 못 찍었네.

 

하루 내내 소중히 들고 다닌 회원권을 보여주었더니 이게 막차라고 한다. 늦은 시간이어서 그런지 케이블카를 타는 사람은 나, 일본인 커플 한 쌍, 친구라서 같이 움직이기는 하지만 커플처럼 보이지 않으려 신경 쓰는 듯한 한국 남자 두 분, 척 보기에도 중국에서 온 것 같은 남자 한 분이 전부였다. 그 틈에서 사진만이 관심인 시크한 여성을 연기하느라 힘들었다.

 

케이블카를 타고 5분 남짓 올라갔다. 케이블카 안도 약간 썰렁했는데 꼭대기까지 올라가 케이블카에서 내리니 칼바람이 확 불었다. 산 정상답게 평지랑은 다르다. 더워서 벗어둔 장갑을 꺼내 끼고 사진 스팟으로 다가갔다.

 

 

 

 

 

내가 왜 끊어질 것 같은 발목을 끌고 여기까지 왔는지, 왜 커플 바로 옆에서 홀로 칼바람을 맞으며 서 있는지

약간 자괴감이 들 뻔 했는데 고베 시내를 내려다 보니 뿌듯했다. 오길 잘 했어.

 

 

 

 

 

 

 

 

산에 올라간 사람들을 기다리던 케이블카.

 

다시 타고 내려가는 길에는 제일 앞자리에 앉았다. 조바심 내면서 잰걸음으로 다가가 앉은 보람이 있었다.

 

 

 

 

 

 

 

 

 

 

 

 

내려가는 레일 위로 펼쳐지는 라이트업과 나무 사이로 비치는 야경이 왠지 낭만적이었다.

눈이라도 왔으면 정말 기가 막혔겠구만.

 

 

 

 

 

첫째날 마무리는 나를 다시 이곳으로 오게 했던 하버랜드에서 하기로 하고 가는 길.

이른 저녁인데도 겨울이라 해가 일찍 졌다. 벌써 어둑어둑, 연말에 집으로 돌아가는 현지인과 관광객이 다같이 바삐 오갔다.

 

 

 

 

 

나 어릴 때는 우리나라 지하철도 이런 풍경이었는데 이제는 스크린도어가 없는 플랫폼이 영 어색하고 조마조마하다.

조금이라도 사람이 붐비면 인명사고 나는 건 별 일도 아닐 것 같은데... 설치하는 게 낫지 않나?

 

 

 

 

멀리서 보이는 하버랜드의 모자이크 대관람차

를 찍는 카메라 1, 2 그리고 3(=나)

 

 

 

오랜만이여

 

지금 보니 하버랜드 사진은 많이 찍지 못했네. 예전 글(https://obsessedwithrecord.tistory.com/410?category=619825)에 올린 사진이 더 많다. 하버랜드에 올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지난 여행에서 '하버랜드=고베 일정의 전부'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이곳에만 있다가 바로 교토로 돌아가서, 그만큼 하버랜드나 모자이크 쇼핑몰에서 볼 건 다 봤다. 그래도 여기까지 온 건 왠지 고베에서의 마무리는 여기여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그만큼 여기서 바라보는 포트타워와 빛이 부서지는 어두운 바다가 멋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전에 찍어둔 그라탕 식당에 밥 먹으러 왔다ㅋㅋ

 

연말이라 연인 단위로 식당이 꽉 찼다. 그 와중에 용감하게 들어간 나... 2인 자리를 안내해 주었는데 사람이 많아 입구에서 가까운 곳이었다. 그건 좀 슬픈데...

 

  

 

 

 

하버랜드까지 오는 길에 보니 동네 골목은 죄다 어두컴컴했다. 숙소 근처에 적당한 로컬 식당이 많아 보여서 그곳에서 저녁식사를 하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그 쪽도 문을 닫았을 것 같았다. 그렇다고 산노미야나 모토마치 쪽으로 가려니 낮에 본 그곳은 정신없고, 하버랜드에서도 너무 멀어 괜히 교통비만 쓸 것 같았다. 모자이크는 관광지라 사람들이 많이 모여 다른 곳보다도 늦게까지 영업해서 속 편하게 이전에 '들어가 보고 싶다ㅠㅠ'고 눈여겨 본 곳에서 식사를 했다. 맛은 뭐, 쏘쏘. 따끈한 토마토 그라탕 맛이 괜찮긴 한데 양이 너무 적다. 저렇게 시키고 만육,칠천원 정도 줬던 것 같다.

 

 

 

 

 

쿨하게 계산하고 식당 밖 데크로 나왔다.

 

어쩌다 보니 2017년 연초와 연말의 포트타워를 보게 됐다. 연초 여행을 마무리하며 느낀 이런저런 감상을 복기하다 보니 채 1년도 안 되어 다시 이곳에 와서 보는 이 풍경이 현실 같지 않다. 그저 내 기억 속에서 끄집어 낸 것 같은 기분.

 

감상에 젖어있는 것도 오래 가지 못했다. 데크 바로 앞을 차지하고 서 있는 유람선이 하도 조명을 밝혀놓다 보니... 예쁜 것보다 눈부셔서 귀찮다. 마야산에 올라갔다 온 후라 그 조명이 더욱 못마땅했다. 야경은 그 풍경 속이 아니라 밖에서 봐야 더 눈에 박히는 것이었네...

 

 

 

 

 

 

 

 

멀리서 본 포트타워. 숙소로 가기 전에 한 번 더 돌아본다.

이 다음날은 교토로 갈 계획이었으니 이 여행에서 한밤의 포트타워를 보는 건 이번이 마지막일테다.

안녕! 다시 봐서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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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 외 II ]

 

 

 

 

 

 

 

 

 

고베 페리

 

여권 보여주고 할인받았다

 

 

 

 

 

 

 

 

 

 

 

 

 

 

고베에서 산 전철 표들

왠지 그냥 올리고 싶어서.

 

3년 만에 곱씹어 보는 고베 여행. 그 사이 또 내 일상에서는 수많은 날들이 흘러갔다. 초 단위로 기억했던 그날의 설렘도 풍화되어서, 굵직한 동선이나 인상 정도만 되살릴 수 있었다. 아직 젊은 편인데 이 정도면... 심각한가?ㅠㅠ

 

단정하게 보였던 고베에서 원했던 대로 조금 긴 시간을 보낸 것 말고는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은 없다. 신발 굽을 고치느라 귀한 시간을 길에서 써 버린 탓이 제일 크다. 신발 고치느라 낮 시간을 날리다시피 해서 키타노이진칸처럼 고베를 여행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씩 다 가 보는 곳도 포기해야 했으니까.

 

돌아다니느라 지쳐서 이날은 하버랜드에서 야경을 본 후 곧장 숙소로 돌아왔다. 여행지에서 잠들기에는 이른 시각이었지만 침대에 눕자마자 푹 잤다. 아무 생각 없이 푹.

 

그리고 다음날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겨 여행을 접고 바로 귀국했다. 가슴 떨리는 상황에서 게스트하우스 사장님, 스탭들과 항공사 직원들이 다독여주고 위로해 준 덕에 몸만은 편하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아무리 줄이고 생략해도 사적인 이야기를 미처 다 가릴 수는 없어 지우지만, 그때 느낀 후회와 당황스러움, 나를 도와주었던 분들에 대한 사의까지 묻어두고 싶지는 않아 몇 자 적는 걸로 대신한다.

 

어쨌든 그 후로 일본은 다시 가고 있지 않다. 할 일이 있어서 못 갔다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갈 수도 있었는데 가지 않았다. 그리고 일본은 '그 나라'가 되었다. 왠지 더더욱 가고 싶지 않아졌다. 고베 여행의 심심한 듯 하면서도 즐길 만 했던 여행 추억과는 별개로(고베는 죄가 없지) 당분간은 예전 추억을 곱씹으며 현재에 충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