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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록: Voyage/'14 mon voyage en Eur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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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10 땅을 딛기 위해 필요한 것_Day 9 너무 길어질 것 같으니 쪼개서 써야지. 아무래도 런던 이야기를 (또) 해야겠다. 2011년, 런던을 여행할 때의 이야기다. 그때의 나는 "나 유럽 가야겠어"라고 말하고는 겁도 없이 생애 첫 해외 여행을 혼자 떠난 '알 수 없는' 아이였지만, 역시 혼자 하는 여행은 해 본 적이 없어 런던에서 함께 다닌 동행들에게 꽤 의지했다. 내 앞가림 정도는 할 수 있으니까, 손이 많이 가는 사람이라기 보다는 정신적으로 기댔다고 생각해야 옳을 것이다. 그렇게 3일을 함께 보낸 사람들이 기약 없이 떠났을 때 내가 받은 정신적 충격은... 2011년 여행기 런던 편에 아주 생생하게 나와있다. 그때 나는 여행하는 사람의 일상이 얼마나 불안정한 것인지를 깨닫고 급격한 불안에 빠져들었던 것 같다. 태어나 단 한 번도 어딘가에 소..
#Rev9 잘 있었어요, 파리?_Day 8 ...빈이랑 파리가 시차가 크던가? 어쩐 일인지 간밤에 깊은 잠에 들지 못했다. 새벽에 몇 번이고 일어나서 잠을 설쳤는데, 결국 생각보다 일찍 일어나게 되었다. 푹 쉬지 못해 이날 기분이 영 좋지 않았다. 평소에도 마찬가지지만 쭉 걸어야 하는 여행 중에 숙면을 취하지 못한다는 건 치명적이다. 첫 배낭여행에서 얼마나 지났다고, 이런 데서 나이 먹은 걸 느껴야 하는 거야? 서럽게시리. 한국인 민박답게 화장실은 새벽부터 사람으로 북적였다. 그 와중에 나는 배를 벅벅 긁으며 일어나서는 여유롭게 아침식사를 하고 캐리어를 들고 민박을 나섰다. 인천에서 파리에 처음 온 날 밤과 이날 밤은 민박에서 묵었지만 미리 정해둔 파리 숙소는 따로 있었다. 2011년 파리를 처음 방문했을 때 묵었던 유학생들의 아파트에서 멀지 않..
#Rev8 오늘은 내가 하고 싶은 걸 하자_Day 7 이날은 특별한 날이었다. 만으로 2n살이 된 생일이었고, 태어나 처음으로 가족을 떠나 그것도 외국에서 맞는 생일이었고, 내 기준으로 유럽에서 가장 로맨틱한 두 도시에서 맞는 생일이었기 때문에!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내 생일이라 특별한 날이었다. 생일이라 함은 본디 특별한 날이긴 하지만 나는 유독 내 생일 챙기기에 민감하다. 어린 시절에는 겨울방학이 한창일 때 생일을 맞다 보니 학교 친구들의 축하를 받을 일이 거의 없었고 (그 흔한 생일 파티도 한 번 했어ㅠㅠ), 무엇보다도 내 생일과 외할머니의 음력 생신이 같아서 집에서도 할머니 생신을 먼저 챙기지 나는 뒷전이 되어버렸더라...하는 슬픈 이야기 때문이지. 고등학교에 다닐 때였던가, 엄마가 깜박 잊고 미역국마저 끓여주지 않아 하루종일 토라져 있던 적도 있다...
#Rev7 왜 이리 눈물이 나는 걸까_Day 6 눈이 번쩍. 간만에 혼자 방을 썼는데도 여행 중이어서 그런가, 눈이 번쩍 저절로 뜨였다. 전날 밤에 미드를 보다가 잤는데... 노트북은 저절로 꺼진 지 오래였다. 방 안은 아직 깜깜했다. 몇 시지, 아이폰도 어디 있는지 손에 잡히지 않아 시간을 알 수가 없다. 꾸물꾸물 침대에서 기어 나와 두꺼운 창문 커튼부터 열어 젖혔더니. 이런 풍경이. 아침 7시였는데, 아직 푸르스름하다. 전날 이 방에 들어올 때만 해도 캄캄해서 바깥 풍경이 어떤지도 모르고 잤는데, 여기가 산 코앞이었구나. 압도적인 크기의 산이 눈앞에 떡 하니 있으니 비몽사몽 간에도 넋을 놓고 봤다. 난 뭔가 대단한 걸 보면 왜 이리 웃음이 나는지 몰라. 소복소복 눈이 쌓인 정경도 차분하니 좋다. 추운데 창문 닫기가 아쉬울 정도야. 조금만 오른쪽으로..
#Rev6 나만의 겨울왕국, 할슈타트_Day 5 ​같은 방을 쓰던 사람들이 모두 떠나고 또 다른 사람들이 체크인했다. ​스페인어인지 이태리어인지 아무튼 로망스어 계열 말을 쓰는 여자 둘이 들어왔는데 지금 생각하면 한숨부터 나온다. J씨가 나가고 체크인한 이 여자 둘은 늦은 저녁에 손빨래를 하느라 한참동안 화장실을 못 쓰게 하지를 않나, 자기들끼리 큰소리로 떠들지를 않나. 얘네보다 나중에 들어온 멕시코 애들은 조용하니 괜찮았는데. 평온했던 나슈마르크트의 밤이 일순간 소란스러워졌다. 쪽수에서 밀리니 말도 못하고, 찌그러져 있어야지 뭐. 흑. 시끄러운 건 아주 진절머리가 나. 그러니 그 다음날 호스텔을 떠날 때 내가 얼마나 홀가분했겠냐고. 평소보다 조금 일찍 일어나서 준비를 마치고, 빈 서역으로 향했다. 잠시 빈을 떠나 할슈타트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오는 일..
#Rev5 혼자 부지런히 돌아다니기, 빈_Day 4 머리맡에 둔 아이폰이 띠링띠링 울려댔다. 알람 설정도 안 했는데 이게 무슨 일이야. 자꾸 울려대는 소리가 귀찮아서 짜증을 내며 아이폰을 확인하니 학교 교학과와 학부 강사님에게서 문자와 전화가 와 있었다. 여행하면서 잊고 있던 한국에서의 나의 존재를 새삼 확인하는 듯 했다. 내가 그래도 어디에선가는 중요한 사람이라고 좋아해야 하나? 일단 자는데 방해받았으니 성질이 안 날 수가 없었다. 그대로 일어나니 아침 6시 33분이었다. 어제는 인기척에 깼는데 오늘은 기계음에 일어나다니. 크헝. 이날은 그동안 가 보려고 했지만 가지 못했던 곳에 가기로 했다. 세기말, 아니 그보다 조금 더 일찍, 합스부르크 제국의 수도로서 당대 유럽의 정치, 경제 뿐만 아니라 문화의 수도이기도 했던 빈은 유럽 특히 주변국의 예술가들을 ..
#Rev4 혼자가 되기 직전이 가장 외롭다_Day 3 이 글을 읽을지도 모를 당신이 알아야 하는 주의사항 : 제목과 글 내용의 부조화와, 글의 부실함에 대해 미리 경고 드립니다. 이날 이야기는 엄청 쓰기 싫었나 봐요. 누군가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다섯 명이 쓰는 방에 나까지 포함해서 한국인이 세 명이니 이상할 것 없지만ㅋㅋ그래도 너무 이른 감이 있어 시간을 보니 새벽 4시 반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전날 그렇게 돌아다녀 호스텔에 오자마자 쓰러지듯이 잤는데도 금방 깬 걸 보면 인기척이 꽤 크긴 컸다. 대체 누구야. 침대에 커튼처럼 달아놓은 코트를 살짝 젖히니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는 Y씨가 보였다. 아침 일찍 뮌헨행 기차를 탄다더니 서둘러 준비하는 것 같았다. 인사해야지 했지만 마음 뿐이다. Y씨가 짐을 정리해 문을 살짝 닫고 나갈 때까지도 잘 ..
#Rev3 먹고 보고 사랑하라 빈!_Day 2 이날 여행을 이야기하기 전에 전날 호스텔에서 만난 이들에 대해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전날 신나게 나홀로 비엔나 워킹 투어를 마치고 호스텔로 돌아간 나는, 내 방에서 한 여자 분이 짐을 푸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내가 캐리어 두고 갈 때만 해도 텅 빈 방이었는데...? 서로 멈칫멈칫하면서 눈치를 보다가 그분 하시는 말씀, "한국 분이세요?"ㅋㅋㅋㅋㅋ 그렇게 룸메이트이자 동행이 된 J씨를 만나게 되었다. J씨와 도란도란 여행 이야기를 하는데, 또 문이 열리더니 이번에는 금발의 백인 여자가 들어왔다. 들어오자마자 "Oh~Hi :D" 라고 친근하게 인사하는 그 여자는... 브라질리언 베아트리스였다. 신기하게도 J씨가 들어온 이후로, 베아트리스에 이어 원래 그 방에 묵고 있던 Y씨도 만났고, 이제 잠자리에 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