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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기록/책: 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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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결산
2022년 결산
2021년 결산
[국체론] 극일보다 지일해야 하는 이유 평소 눈여겨 보던 출판사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이 책의 서평단을 모집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작년 '사쿠라 진다'와 '속국 민주주의론' 그리고 '영속패전론'에 이르기까지, 시라이 사토시의 책을 (어쩌다 보니)놓치지 않고 읽어온 터라 고민할 것도 없이 냉큼 신청했고, 당첨되었다. 서평이라는 걸 써 본 적이 없어서 바로 후회했지만. SNS 등에는 글자 수 제한이 있으니 중언부언하는 나한테 SNS 서평 쓰기란 더욱 어려운 일이었다. 블로그에서 조금 길게, 서평 아닌 감상에 더 가깝게 편하게 이야기하고 싶다. 지난 9월 14일, 일본에서는 아베 신조가 총리직에서 사퇴했고 그 뒤를 관방장관 스가 요시히데가 이었다. 자민당 총재 선거 승리 후 스가 신임 총리는 "아베 총리가 추진해 온 정책을 계승해 나가는 것이 나의 ..
[나무의 시간] 은은한 나무 내음 #삼다독 #나무의시간 연휴 직전 대출. 존재는 알았지만 나무에는 관심도 없어서 모른 척 했는데, 실물을 보니 책 표지가 고즈넉하고 부들부들 촉감이 좋고 결정적으로 도서관 책 치고는 꽤 깨끗해서 빌려왔다(초 3 여름방학 숙제인 독후감 첫 줄로 '선생님이 쓰라고 해서 쓴다'고 썼다가 개학날 선생님이 애들 앞에서 내 독후감을 낭독하신 게 갑자기 기억나네. 감각적이고 시니컬한 독서는 유구하다). 전문 서적이 아니라 마음만 먹으면 훌훌 읽을 수 있겠지만, 나무에 대한 저자의 애정은 훨씬 무겁고, 그 애정으로 쌓아올린 지식과 감상은 소재와 분야를 넘나든다. 300쪽이 넘도록 이야기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애정은 어떤 것일까. 그런 애정을 그 무엇에도 가져보지 않았던 나로서는 부럽기도, 존경스럽기도 하다. 한 나무..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숲처럼 깊고 여름처럼 싱그러운 추억 마쓰이에 마사시,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2016 아침 떠나는 길에 우연히 책을 소개하는 기사를 읽고 저녁 돌아오는 길에 곧장 달려가 집어든 책. 까다로운 안목을 가진 건 전혀 아니지만 돈은 합리적으로 쓰고 싶다는 이유로 소설은 웬만하면 사지 않는데, 이 책은 제목부터 사람을 끌어당기는 면이 있어 바로 읽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나로서는 꽤 드문 일이다. 소설은 23살 청년 사카니시가 존경하는 건축가 무라이 슌스케와 보낸 어느 여름의 이야기를 그렸다. 건물에 녹아든 노건축가의 건축관이 사람의 인생과 묘하게 어우러지고, 그것이 또 젊은 사카니시의 마음에 스며든다. 드라마틱하지는 않아서 조금 지루하기도 했지만, 한줄한줄 아껴가며 읽었다. 슬며시 목이 메이는 부분도 있었지만 읽는 내내 평온했다. 어떤 ..
[종의 기원] 안에서 본 악 정유정, [종의 기원], 2016 인터넷을 하다가 우연히 정유정 작가의 신간이 나온다는 소식을 접했다. 도서 사이트에서는 [종의 기원] 초판본은 작가 사인이 담긴 양장본이라며 예약 구매를 유도했지만, 사실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 정유정의 신간인데? [7년의 밤] 이후 이 작가에 대한 기대치가 오른 나는 주저하지 않고 책을 주문했다. 양장본이 싫어 예약하지 말까 생각도 해 봤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다. 정유정의 신간인데. 뭐 아무튼. 이렇게 작가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으로 책을 구입했고, 짬짬이 읽어 이틀 만에 읽어내렸다. 나는 문학 작품을 철학적 관점, 사회학적 관점 등등 고차원적으로 분석할 소양이나 도구는 없다. 대신 재미있게 읽었던 [7년의 밤]과 비교하여 감상평을 말해보자면, 재미나 스릴 면에서는 [..
[7년의 밤] 무슨 말이 더 필요해. 그냥 읽어 정유정, [7년의 밤], 2011 뭐라고 할 말이 없다. 정유정이라는 작가와 [7년의 밤]의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한국 문학에는 무관심하고 무지한 내 귀에도 여러 번 들릴 만큼 대단했으니까. 그래서 읽어볼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기본적으로 에세이와 소설은 즐기지 않는 내 성향 때문에 그 관심은 번번이 좌절되었다. 그 관심이 실제 책 주문으로 이어지게 된 건 후배의 지나가는 듯한 추천이 있어서였다. 평소 책을 많이, 다양하게 읽는 후배이기에, 수많은 블로그 서평이나 권위있는 문학 평론가의 추천사보다도 "체고"라는 그녀의 감상을 믿어보기로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다음에도 이 아이가 추천하는 책은 주저없이 믿고 읽겠다. 너무 멀게만 느껴지던 우리 문학계에 이런 대단한 필력과 상상력을 가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