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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기록/영화: Movie

[에브리바디 올라잇] 뭐가 다르겠어요?



원래는 아침 9시 조조로 보려고 별렀던 영화인데 곤파스가 우리 동네 나무들을 뿌리째 뽑아놓고 가서; 오메 어쩐다냐, 안절부절했지만 그래도 보고 싶어서 결국 오후 느지막하게라도 보러갔다.


'출발 비디오 여행'에서 알게 된 영화인데 이런 류의 스토리, 재미있을 것 같았다. 평범하지 않은 설정이 삐걱거리며 만드는 해프닝으로 생각했거든.


나는 항상 이런 영화를 보러갈 때마다 은근히 가르침을 받기를 원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매번 약간은 실망하게 된다. 모든 영화가 내 기대 같지는 않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 나온 후에는 결국 영화를 통해 가르치고 배우고 깨달음을 얻는 건 모두 관객의 몫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나의 결론은
동성애자든 이성애자든  1. 결혼 생활은 힘들다
                                     2. 애 키우는 것도 힘들다
                                     3. 바람 피우는 건 용서하기 힘들다
                                     4. 아무튼 사는 건 다 똑같다


영화는 레즈비언 부부인 닉과 줄스가 정자 기증을 받아 낳은 아이들인 조니와 레이저가, 정자 기증자이자 자신들의 생물학적 아버지인 폴을 만나게 되면서 사건이 일어난다.


여기서 잠깐 엄마-엄마 소개를 하자면


좌닉 우줄스


의사인 닉은 아빠 역할을 하며 가장 노릇을 한다.
직업이 사람을 만드는 건지 사람이 직업을 만드는 건지 몰라도 닉은 완벽주의자에 꼼꼼한 성격.
그것이 지나치기도 해 잔소리꾼이 되기도 한다. 내 생각엔 닉의 이런 점이 폴한테 밀리게 된 발단이 된 듯...

줄스는 이제 막 조경 디자인 일을 시작한 사람으로, 인간 관계에 다소 공격적인 닉과는 달리 사람들을 부드럽게 대하고 섬세한 면이 있다.게다가 약간 푼수끼도 있어서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귀엽기도 하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다.

어떻게 생각해요, 같이 사는 사람 닉?ㅋㅋㅋ




좌조니 우레이저


그리고 그녀들의 아이들, 조니와 레이저.
사람은 역시 자신은 어디에서 왔고 누구의 핏줄인가에 강하게 끌리는 모양이다.
이 아이들도 다를 바 없었으니, 이 둘은 자신들의 생물학적 아버지인 폴을 찾아 만나게 되고, 자유롭고 쿨한 폴과 점점 가까워진다.

처음엔 '모모' 닉과 줄스는 폴을 경계하지만, 폴의 매력(은 무엇일까)에 줄스도 경계심을 풀고, 급기야는 잠자리까지 같이 한다.

그것도 여러 번...;;;




극장에서 다들 퐝 터진 장면ㅋㅋㅋ"What's wrong with me?"라고 하는 줄스ㅋㅋㅋㅋㅋㅋ
심지어 "I think I'm falling for you"라고 하는 폴ㅋㅋㅋ점입가경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조금씩 자신의 자리를 꿰차가는 폴에게 닉은 불안해 하고 예민해진다.

그 마음을 꾹꾹 눌러오던 차에 줄스가 폴과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을 알고 결국 폭발ㄷㄷㄷ

줄스의 불륜을 아이들도 알게 되면서 폴은 하루아침에 친한 친구 같은 생부에서 천하의 썩을놈, 가정 파탄자로 전락하고(자업자득)

아이들이 닉에게 찰싹 달라붙으면서 줄스 역시 집에서 있어도 불편, 없어도 불편한 존재가 된다.



중요한 건 이 과정에서 닉,줄스,조니,레이저가 보여주는 모습이 보통 가족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것.

이성애자 커플이 어떻다면,동성애자 커플은 저떻더라...는 건 이 영화에는 없다.

배우자의 불륜을 눈치챈 닉이 분노와 배신감에 눈물을 보이는 것도 똑같고, 조니가 줄스를 외면하고 레이저가 닉을 더 챙기는 듯하는 것도 똑같다.
그리고 줄스가 가족들 앞에서 사실을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도 똑같다.

모모의 냉전에 외면과 일탈(?)로 분노를 표현하는 조니의 모습은 심지어 나를 보는 듯 해서 낯설지 않았다.우리 집은 '부모'인데도.

즉,이 영화는 단지 독특한 설정으로 관객 좀 끌어보려는 영화가 아니라, 레즈비언 부부의 가족이 아닌 그냥 평범한 가족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풀어놓는 영화다.

가족이 위험해지는 건 구성원의 관계가 삐걱거리게 되었기 때문이지, 외부에서 날아오는 돌 때문이 아니다.

가족 구성의 기본 단위가 되는 부부가 남녀가 아니라 남남이든 여여이든.


그리고 내가 보기에 영화 속 가족을 둘러싼 사람들도 레즈비언 '모모'에 반감을 갖기는커녕 그게 뭐 대수야?라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듯 하다.
그게 오히려 '아,이 가족은 이 가족인 그대로 평범한 사람들이구나'라고 생각하게끔 한다.

그래서 이 영화가 레즈비언 부부의 등장으로 거부감을 안긴다거나 레즈비언도 사람이다!사랑을 하는 사람이다!는 식의 구호를 외치는 영화라거나 하지 않는 듯 하다.

그런 점에서 일단 영화를 즐기고 교훈까지 얻어보려는 내 바람은 어느 정도 충족되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영화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에는 도대체 이 영화가 전하려는 메시지가 뭐야?라고 생각했는데 바로 이게 관객의 머리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메시지였던 듯 하다.

"우리도 별반 다를 것 없어요!" 라는...

잠깐. "우리"?
집에 와서 알아보니 이 영화 감독도 레즈비언에 실제로 정자 기증으로 아이를 낳았단다.
어쩐지...영화 에피소드가 자연스럽더라.


배우 이야기를 약간 하자면,



아네트 베닝과 줄리안 무어는 이름만 들었지 실제 작품을 보기는 이번이 처음인데

기가 연기 같지 않을 정도로 술술 잘 흘러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괜히 유명한 게 아니야.



그리고 미아 바쉬이코브스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처음 보고 묘하게 매력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영화 보면서 닮고 싶을 정도로 예쁘더라ㅠㅠ

절세미인인 외모는 아니고, 다른 할리우드 여배우들에 비하면 오히려 평범한 쪽에 가깝지만 그만의 분위기를 가진 아름다움이어서 앞으로 착실하게 커리어를 쌓는다면 좋은 배우가 될 수 있을 듯 하다.


그리고, 귀여웠던 레이저ㅋㅋㅋㅋㅋㅋㅋ




조시 허처슨이라고 하는 배우.
딱 남동생 같은 느낌의 귀여움이 있었다ㅎㅎ
지가 먼저 폴을 만나고 싶다고 해 놓고 막상 만나고 나니 별로...라는 반응을 보였던 레이저ㅋㅋㅋ
약간 어리숙하면서도 착하고 귀여워서 너 내 남동생 할래?하고 싶었던 녀석ㅋㅋㅋㅋㅋㅋㅋ

지켜보겠다 +ㅁ+


그리고 내 마음 속에서 썩을놈으로 전락한 마크 러팔로.




이 사람도 이름만 들었지 영화로 보기는 처음인 배우인데 나한테는 첫인상 완전 나쁘게 됐다ㅋㅋㅋㅋㅋㅋㅋ
줄스에게 먼저 다가간 것도 이놈이고 꼬신 것도 이놈이고
나중에는 이왕 이렇게 된 거 우리 그냥 사귀죠라고 했던 것도 이놈....... 유부녀한테 무슨 짓이야 이 미친 놈아

임자 있는 몸에 욕심낸 건 미혼자인 나도 열불터지는 일이라 나한테는 완전 개놈으로 낙인이 찍혔다.
닉한테 너무 감정이입했나,닉이 폴한테 "This is 'my' family"라고 하는데 그 앞에서 할 말을 잃은 폴을 보며 통쾌했다.

총평_아무튼 요근래 본 영화 중 가장 재미있고 생각할 거리도 많이 안겨준 영화. 나중에 DVD 나오면 꼭 사고 싶다><


p.s. 원제는 'The Kids Are All Right'인데 왜 아이들만 괜찮다는 거지?원제의 의미가 궁금하다;
우리나라 식 제목으로 따지자면 Everybody all right (except Paul)인 것 같은 결말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