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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170125 to 170201


여행 포토북을 만든 사진 위주로 업로드하였으며 모든 권리는 미 마이셀프 앤 아이, 오로지 나에게 있음.




Day 7


교토의 자전거 탄 풍경



사실상 여행 마지막 날이라(아싸 드디어 집에 간다TT) 자전거를 빌렸다.


이젠 교토에서 더 가고 싶은 곳도 없고, 기온이고 가와라마치고 좀 지겨워져서 자전거 타고 카페 탐방이나 다닐까 했는데... 일본에서 자전거 타기가 제주에서 스쿠터 일주하기보다 더 어려울 줄은 몰랐다. 길은 좁지, 양쪽에서 차가 밀고 들어오지, 관광객이 길막하고 있지, 자전거 도로는 표시만 되어있을 뿐 지키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 자전거 렌탈샵 직원이 조심해서 타라고 하길래 "(교통법규 잘 몰라도)일본 사람들 따라하면 되겠죠"라고 대답했는데... 차분해 보이던 그 직원이 웃으면서 "그건 좀 참아주세요"라고 말하던 이유가 있었다. 게다가 날씨가 변덕스러워 화창한 날씨에 진눈깨비가 흩날리고, 오랜 도보 여행으로 내 엄지발가락과 무릎도 아작나기 직전이라 내 다리에는 페달을 밟을 기력이 더 이상은 어... 없어... 이대로 계속 고집 부리면 일주일은 앓아누울 것 같아 결국 두 시간 만에 일일 자전거 로드는 포기하기로. 자전거를 돌려주러 가는 길에는 날씨가 참 맑고 화창하더라... 하하. 내가 생각해도 나는 참 돈도 많고 시간도 많은데 체력은 저질인 외국인이다. 자전거를 돌려받은 직원의 안타까운 표정에 괜히 미안해졌다. "이거 타고 교토대 갈 거예요"라고 의기양양하게 말하고 나섰는데, 좀 민망하기도 하고.




그 와중에 용케도 사진 몇 장 건졌다.


자전거 렌탈샵이 있는 가라스마 마츠바라에서 가모가와 강변까지 가 보기로 했다. 가모가와 강변을 따라 달리는 자전거들이 어쩐지 낭만적이어서. 방향만 대강 잡고 달리니 며칠 동안 다니며 눈에 익은 가와라마치와 기온의 뒷골목을 지나게 되었는데, 탈것에 올라타 현지인 코스프레를 하니 왠지 풍경이 달라 보였다. 기분 탓인가. 정말 기분 탓일 수도 있겠다 싶은 것이, 관광객이 너무 많아 자전거를 타고 지나기에는 너무 어려운 기온 거리에서는 심지어 불편한 마음까지 들었다. 지도 관광객이면서, 자전거를 신기하게 또는 의아하게 바라보는 (듯한) 사람들의 시선이 왠지 쑥스럽기도 하다. 교토 사람들은 호기심 가득한 여행자들의 시선을 어떻게 매일, 아무렇지 않게 넘기는 거지?



한 골목만 더 들어와도 조용하고 차분하다. 이렇게나 다른 세상.


왁자한 기온 거리에서 건물 사이로 쏙 빠져 들어가니 그 뒤편에는 평범한 주택과 작은 가게, 초등학교가 있었다. 학교 앞을 지날 때는 학교 안 유치원에서 아이들이 짹짹 떠드는 소리도 들려왔다. 바로 코앞이 관광객으로 붐비는 거리인데 이렇게나 평범한 일상이라니. 최대한 자연스럽게 있어보려고 해도 여행하는 입장에서는 일상적인 공간에서도 금방 비일상적인 기분에 흠뻑 빠져든다.


자전거를 반납하고 나니 이미 의욕은 없어져 있었다. 마지막 날이니 더 빨빨빨 돌아다닐 법도 한데. 아침만 해도 "오늘은 교토대나 도시샤대에 가 봐야겠다"고 했지만 이미 체력은 방전, 의욕은 꺾여 하릴없이 걷는 수 밖에 없었다. 목적지를 정해야겠다 싶어 그동안 특별히 관심을 두지 않았던 교토의 카페에 가 보기로 했다.




엄청난 커피광도, 중독자도 아닌데 하루 한 잔은 꼭 커피를 찾게 된다. 직접 핸드 드립한 커피를 마실 때도 있고, 믹스 커피를 휙 타서 마시고 일할 때도 있다. 맛도 맛이지만 무엇보다도 커피를 마시는 순간 만큼은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때울 수 있어서. 그런 게으르고 한량 같은 이유로 이날도 나는 굳이 교토 역 근처의 카페까지 찾아갔다.



@Kaikado Cafe

京都府河原町通七条上ル住吉町352


입소문이 언제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몰라도, SNS에서는 이미 유명한 곳이었다. 나처럼 일부러 찾아온 외국인 관광객도 드문드문 있었지만 현지인이 더 많이 찾는 곳이었다. 적당히 눈치 보고 자리잡아 라떼와 치즈 케이크를 주문했다. 손바닥보다도 작은 치즈케이크 주제에 엄청 비싸네, 뜨악했지만 직접 먹어보니 그만한 가격이 어느 정도 이해되는 맛이었다. 속으로 커피 맛 품평도 하고 인테리어도 훔쳐보다가('오 괜찮다~') 점원에게 사진을 찍어도 되는지 물어도 보면서("다른 손님들 얼굴만 나오지 않으면 괜찮습니다") 시간을 보냈다. 세련된 인테리어와는 다르게 분위기는 포근해서 책이라도 읽을라 치면 금방 잠들어 버릴 것 같았다. 책을 읽어서가 아니라 분위기가 따뜻하니까... 진짜다, 흠흠.




한국보다는 덜 춥다고 해도 겨울은 겨울. 장갑을 끼고 다운 자켓 지퍼를 턱 밑까지 끌어올려 나갈 채비를 하는데 앞길을 본의 아니게 막고 있던 중년 여성이 "다음에 또 와 주세요"라며 문을 열어주었다. 고상한 분위기가 흐르던 걸 보면 카페 오너였던 것 같다. 사장에게 배웅받았다(?).




시내로 돌아와 길쭉한 데라마치 상가를 아무 생각없이 걸었다. 점심 무렵, 배가 고파져서 들른 텐동 마키노.




상가 안, 그리 넓지 않은 식당은 이미 사람이 꽉 차 있었다. 잠시 서서 기다리다가 자리를 잡고 가장 무난해 보이는 덮밥을 주문했다. 손님들 바로 코앞에서 튀김을 튀기는 열기에 식당 안은 고소한 냄새로 후끈했다. 무슨 아마조네스인가, 여성 요리사와 종업원들만 있는 점이 기억에 남는다.



@Tendon Makino


여기에서도 따로 말을 해야 숟가락을 준다. 미소시루도 주문했기에 숟가락을 받아 먹었다. 맛은 조금 짰지만 첫날 다카마츠에서 먹은 우동만 하겠어? 한국 사람 입에 일식은 어쩔 수 없는 짜디짠 간장 맛이어서, 처음 세 술 정도는 "헐 대박!"이라며 맛있게 먹다가도 네다섯 술부터는 혀가 어느 순간 충격을 받은 것처럼 입맛이 뚝 떨어진다 - 그럴 때는 미소시루를 먹어 더 짠맛으로 충격을 주면 아~밥은 덜 짠 거구나 맛있는 거구나라며 억지로라도 입이 움직인다(헬조선 청년다운 식사법이려나). 결국 오래 못 버티고 여행 와서 대부분의 끼니를 빵이나 피자로 때웠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짜게 먹는다고 누가 말했어. 일본은 대놓고 소금과 간장을 팍팍 뿌려대는 것 같다. 문득 일본인의 혈관이 걱정되더라.


그래도 튀김의 바삭한 식감은 젓가락질을 계속 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옆에서 후루룩, 밥알을 국물 마시듯이 흡입하는 일본 아저씨에게 온 신경이 집중되다가 짠맛과 바삭함에 정신 못 차리고 나도 후루룩 따라 마시다시피 식사했다. 식사의 로컬라이제이션.


밥값을 꺼내놓고 잠시 앉아서 생각에 잠겼다. 아직 오후 세 시도 되지 않았다. 남은 시간을 어디를 가야 하지? 쇼핑은 관심없고, 가 보고 싶었던 음반 가게도 가 보았고, 교토의 대학 캠퍼스에 가 보는 것도 자전거의 낭만이 사라지니 덩달아 김이 빠졌다. 잠시 멀뚱히 있다가 번뜩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이 근처에 한큐 전철 역이 있지?!




무작정 한큐 가와라마치 역으로 향했다. 며칠 동안 아무 생각없이 발도장만 찍고 지나갔던 가와라마치인 데다 내 길눈도 그리 밝지는 않은데, 그 와중에 무의식적으로 한큐 역이 있다는 건 알고 있던 모양이다. 전철 역에 들어가 더듬더듬 글을 읽으며 노선도를 확인하고, 다소 무뚝뚝한 역무원에게도 물어가며 전철 타는 법과 요금을 확인했다. 거리별로 요금이 달라지기도 하고 매표기에서 영어나 한국어를 찾을 수가 없어서 표를 사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서울에서는 어디가 됐든 교통카드 겸용인 신용카드를 가져다 대면 기본 요금, 때로는 추가 요금이 알아서 계산되어서 특별히 지하철 요금 계산법을 눈여겨 보지 않았는데... 분명히 우리나라와 계산 방법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을 것 같지는 않아 보이는데 익숙하지 않은 것은 역시, 일단 어렵다. 결국 한 번에 표를 끊지 못하고 환승 역인 오사카 주쇼 역까지 가는 표만 겨우 샀다.




덜컥 한큐선에 올라탄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내가 생각해도 너무 충동적이라 스스로도 황당했지만 앞뒤 재지 않고 하고 싶은 대로 하고 가고 싶은 대로 가는 나 자신이 너무 반갑고 재미있어서 가는 내내 실실 웃었다. 아무렇게나, 내 마음대로. 눈치 보지 말자며 떠나는 여행인데도 왜 시간이 흐르면 여행지에서의 시간에도 행동이 굳어버리는 걸까. 왜 여행을 와서도 일상을 만들어야 하냐는 말이야.


주어진 상황에 곧이곧대로 경직되는 내가 언제 어디서든지 싫다.




시간이 갈수록 지하철 역이 붐볐다. 나는 놀러간다지만 이곳 사람들에게는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이었다.


나는 일상을 만들기 싫다지만 이곳 사람들의 일상에 슬쩍 끼어들었다는 걸 깨달았을 때는 왜 그리 반가웠는지 모르겠다. 여행하니까, 이런 핑계로 눈 감아줘도 될 자기모순이라고 하면 되려나.


그래도 몰지각하고 당황스러운 여행자는 아니라고 하고 싶다. 사실 사람들을 더 많이 찍고 더 많이 이야기해 보고 싶었다. 매일같이 관광객의 사진에 덩달아 찍히고 마는 이곳 사람들에게는 예의가 아닌 것 같아 그만두었지만 사진을 더 많이 찍지 못한 건 살짝, 아주 살짝 아쉽다.



오사카, 주쇼 역

Jusho Station, Osaka


여기서 노선을 갈아탔다. 구글 맵에 찍히는 내 동선은 교토 남쪽, 오사카로 향하다가 왼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고베로 향하는 길이었다. 고베 항의 야경이 볼 만하다고 해서, 무작정 가 보기로 했다. 듣던 대로 판타스틱한 야경인지, 관광객을 불러 모으려는 홍보 수작인지는 직접 보고서 판단하기로 하고.




고베로 가는 길에서는 작은 일탈로 약간의 해방감을 만끽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니시노미야라는 이 조용한 도시를 이렇게나 가까이서 느낄 수 있었다.

이름만 알았지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갈 이유도 갈 시간도 없는 곳이라고 여겼는데 스쳐 지나가기라도 해 보니 반갑다.


그 덕에 한 시간 반 남짓한 거리는 그리 예쁘지는 않았어도, 여정이 보상이었다.




고베 산노미야 역을 지나쳐 조금 더 가서 신고소쿠고베 역에서 내렸다. 겨울의 늦은 오후라 기타노이진칸 같은 고베 명소를 둘러보기에는 애매했다. 그러니 고베에 갈 이유는 딱히 없었지만 그럼에도 고베 항의 야경, 딱 하나를 보러 시간을 아끼지 않고 달려왔다.





항구 근처의 모자이크 쇼핑몰 안을 일부러 빙글빙글 돌다가 바깥으로 나왔다. 항구 주변에 들어선 건물들은 어느 것 하나 튀지 않았다. 개성은 없지만 깔끔하다. 항구라고 해서 어시장이 들어서서 어지럽지만 활기찬 분위기인 것도 아니고. 도시의 아주 작은 일부만 보았는데도 전반적으로 정갈하고 세련된 도시라는 인상을 받았다.




야경으로 알려진 곳이다 보니 가족이나 친구, 연인끼리 온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갑자기 쓸쓸해지네.



@Harbor Land, Kobe


노출만 달리 해서 찍어보았다. 사진 찍을 맛이 난다.




해는 6시를 지나서야 완전히 넘어갔다. 고베 타워에 붉은 빛이 들어오더니 주위 건물에도 하나씩 야간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졌다. 서두를 이유가 없어서 느릿느릿 걸으면서 셔터를 부지런히 누르고 있었더니 그 와중에 스마트폰 알람이 울렸다. 왠지 영상 통화 같은 어떤 영상도 보고 있으려니 나 혼자 낭만에 잔뜩 취했다. 그때의 기분으로는 도저히 여행 마지막 날 같지 않고, 한국에 있던 사람들과 떨어져 나 외국에 있는구나라는 생각을 처음 했다.




썩 그렇게 대단한 야경은 아니더라도, 바닷바람이 칼처럼 매서웠어도 항구 주변을 따라 긴 길을 걸으면서 부지런히 사진을 찍었다. 단지 지난 며칠과는 조금 다른 풍경을 본 것만으로도 고베라는 도시가 신선하게 다가왔다. 아, 조금 더 일찍 와서 차이나 타운에서 만두도 먹어보고 고베 소고기도 먹어볼걸. 나중에는 고베만 보러 와 봐도 나쁘지 않은 여행이 될 것 같다.




항구 칼바람에도 조금 더 버텨보다가 교토로 돌아가기로 했다. 이상하게도 여행지에서는 유독 어둠이 무서워진다. 지금 안 가면 숙소로 못 돌아갈 것 같고, 아직 이른 저녁인데도 뭔가 불안해지는 면이 있다. 그러니 일부러 해가 지기를 기다렸던 이날은 나름대로 용기를 냈던 셈이다. 오후 늦게 출발해서 시간도 조금 빠듯하고, 야경 하나만 보러 간 곳이라 어찌 보면 무모하고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한 꼴로도 보이겠지만 이날의 일탈은 아직까지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있다. 조금은 뿌듯한 기분으로 교토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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