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From 170125 to 170201


여행 포토북을 만든 사진 위주로 업로드하였으며 모든 권리는 미 마이셀프 앤 아이, 오로지 나에게 있음.



Day 4

니시키 시장


일본의 부엌은 오사카라는데 라이벌 교토의 니시키 시장은 어떤 곳이려나.




넷째 날 첫 방문은 니시키 시장.


아침식사를 시장에서 해결하려고 일부러 왔는데 대부분 식당이 열한 시부터 제대로 된 식사를 할 수 있다고 한다.

문을 연 곳이라고는 반찬 가게나 술 가게... 난 살 수도 없는 교토 절임음식만 실컷 구경했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예쁜 병에 담긴 매실주가 신기해서 냉큼 집었다.

유리병만 아니었으면 당장 샀을테지만 유리병이라 사고 싶었던 걸... 결국 포기.




사실 이날은 기분이 무지 좋았다.


다카마츠에서 잃어버린 버스 표를 우연히 찾았거든! 숙박비만 따로 넣어둔 봉투 사이에 깜찍하게 끼어있지 뭐람. 다카마츠 고속버스 터미널의 이시카와 씨는 친절하게도 일년 내로 잃어버린 버스 표를 찾아서 JR 버스 터미널로 오면 일본 어디에서라도 수수료 10%를 제한 나머지 금액을 환불해 주겠다는 증서(?)를 써 주었다. 다카마츠에서 잃어버린 표가 일년 지난다고 돌아오겠냐고 침대에 엎어져서 통한의 눈물을 흘렸는데... 교토에 온 날 저녁, 표를 발견하고는 순간 너무 놀라서 몸이 확 굳어버렸다. 돌고래 하이톤 환성을 지르고 난 후에 돈 도로 받으면 뭐 사 먹지라며 즐거워 했다. 교토역까지 내려올 일이 없어서 조금 미루다가 오늘은 꼭 돈 찾아야지라며 교토역 JR 버스 터미널 사무실로 표를 들고 왔다.




자초지종을 듣고 이시카와 씨의 서류를 들여다 본 터미널 직원이 수수료를 빼고 표를 환불해 주었다.

교토에 처음 온 날부터 먹어보고 싶었던 교토역 빵집에서 커피와 샌드위치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나왔다. 세상이 참 맑아 보이네.




교토 여행 3일차.


교토에서 버스 정류장 찾기 질려 교토역에서 청수사로 가는 버스를 바로 타기로 했다. 버스를 타고 오래 지나지 않아 청수사에 도착.





교토에서 으뜸가는 관광 명소답게 사람이 많다.

이 시장통에 경전 읊는 참배객들이 신기할 지경이다.


청수사의 인간 군상


본당에 들어가기 전 쇳덩이를 들어올리는 사람들이 있어서 따라서 들어봤다. 크기가 작아 이게 뭐가 무겁다고, 하며 자신있게 들어올리려는데 오히려 몸이 앞으로 휘청, 했다. 와, 나보다도 무겁겠어. 쇠가 아니라 납이었던 모양이다 (사람들이 왜 그걸 들며 힘 자랑을 하고 있었는지는 아직도 모른다는 게 함정).


이 도떼기 판에서도 자신만의 세계에 빠진 이가 있기 마련.



남들이 다 카메라로 청수사 본당을 담는 사이에 이 사람은 두 눈으로 꼼꼼하게 뜯어보기도 하고 훑기도 했다.

손으로 슥슥 그림을 그려내는 사람들은 꼭 손 끝으로 풍경을 매만지는 것처럼 보인다. 이 사람도 마찬가지. 

뛰어난 화가인지는 모르겠지만 본당 곳곳의 매력이 눈과 손에 선하게 남아 남들보다 배로 즐겼을 듯 하다.




못 하나 없이 나무기둥끼리 엮어 만든 마루가 장관이라는데 신기하고 멋있기는 했지만 기대 만큼의 감흥은 없어 스스로도 놀랐다.

올해 운세가 안 좋다는 점괘가 나와서 그런 것만은 아니고. 흥.




청수사

Kiyomizudera




전날은 비바람이 불더니 이날은 햇볕이 따가웠다.

봤으니 됐다 #청수사 쿨하게 돌아서기 전에 마지막으로 사진 한 번 더 찍고.




청수사에서 기온상, 야사카 신사가 멀지 않아 걸어가기로 했다.


웬만한 곳은 직접 다 걸어다닌 듯 하다. 걸어서 지리를 익힌다는 생각으로 걷다 보니 여행지에서는 남들보다 훨씬 많이 걷는다고 자부할 수 있지만 이번 교토 여행을 기점으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걷는 게 능사가 아니다. 버스도 타고 지하철도 타고 적당히 머리 굴려가면서 동선 잘 짜서 다녀야 한다. 걸어다녀야 더 잘 보인다고 고집 부리다가 이번 여행에서 무릎 나갈 뻔 했다. 교토 관광지랑 관광지 사이가 왜 이리 멀어... 파리 생각하면서 걸어다닐 게 아니었다.


더구나 니넨자카, 산넨자카처럼 당최 어디 붙어 있는지 모를 곳을 굳~~이 찾아 다닐 때는 더더욱 그렇다. 구글맵 따위 무시해도 괜찮을 정도로 정밀한 지도 어플에 의지하든가 귀신 같은 방향 감각을 갖든가 강철 같은 체력을 갖든가, 그게 아니라면 니넨자카 산넨자카 고집하지 말자. 1월에 끊어질 듯 간신히 안 끊어진 발바닥이 아직도 아프다.




교토 여행의 현실


이게 비수기면 대체 성수기 교토는 어떤 모습이라는 걸까. 상상만 해도 무시무시하다.




청수사에서 조금 멀어지니 인구 밀도가 조금 낮아졌다.



야사카 신사 쪽으로 가는 길에 마루야마 공원이 나왔다. 겨울이라 다른 계절보다 춥기는 하지만 이날은 날씨도 맑고 바람도 불지 않아 꼭 초봄 같았다. 사람들이 군데군데 어울려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한가로워 보였다.



마루야마 공원을 지나쳐 계속 걷다 보니 언제 들어왔는지도 모르게 야사카 신사에 도착.

절이 아닌 신사는 처음이라 뭐 볼 게 있나 했는데.



이 건물에서 뭔가 하는 듯? 의식 올리나?



건물 주위로 사람들이 모여있는 게 신기해서 사람들 시선을 거꾸로 쫓아가 보니 뭔가 특별한 이벤트가 열리고 있었다. 처음에는 평범한 참배 행사인 줄 알았는데 건물 안 사람들의 자세나 복장을 보니 보통 행사는 아닌 것 같다. 건물 앞 팻말에 'XX 가와 AA 가 결혼식'이라고 쓰여 있었다.



야사카 신사에서 식을 올리는 모습이 용감해 보이기도 했다. 관광객이 주위를 빙 둘러싸고 구경하는 가운데 올리는 결혼식이라... 꼭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콘서트장 가장 큰 무대에서 결혼하는 사람들을 보는 것 같다고 할까, 대단했다. 처음 보는 일본의 전통 혼례식이 신기하면서도, 두 사람에게는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가장 큰 이벤트일텐데 나 같은 사람이 셔터를 누르는 것조차 방해되지는 않을지, 두 사람과 가족의 기분은 어떨지 걱정스럽기도 했고.


아니나 다를까 식이 진행되는 곳 가까이까지 점점 사람들의 발길이 밀려 들어갔다. 스마트폰을 들이대며 가까이 다가가는 모습이 아슬아슬하다 싶었는데, 신사 관계자처럼 보이는 사람이 일정 선을 넘어오지 못하게 사람들 앞을 가로막았다. 건물 앞에는 흰 전통 복장을 입은 아저씨가 빨간 양산을 받치고 꼼짝도 않고 서 있었다. 결혼식이 순탄하게 흘러가도록, 관광객은 물론 어떤 악운도 새 부부를 방해하지 못하도록 든든히 지켜주고 있는 것 같았다. 어쩌다 등 뒤에서 아저씨를 지나쳐 다가가려는 움직임이라도 느껴지면 흘깃 돌아보는데, 위압감이 들 정도로 매서운 눈빛이다. 카리스마 최고. 결혼식을 필사적(?)으로 지키는 두 사람이 인상적이라 식보다도 두 사람을 제대로 찍어보려고 바닥에 주저앉아서 한참 용을 썼다.





고구려계 도래인이 세운 신사라고 해서 어딘가 고구려의 호방함을 닮지는 않았을까 궁금했는데 교토의 다른 신사나 절보다 훨씬 단촐하고 소박해 보였다. 너무 단촐해서 시니컬해 보일 정도로. 야사카에 오기 전 청수사를 봐서 그런 걸까. 관광객을 상대로 노상이 다닥다닥 붙어 맛있는 냄새를 풍기는 와중에도 한쪽에서는 교토 사람들이 전통 혼례식을 올리고 점괘를 뽑는 곳이라 오래 되고 유명한 곳 치고는 꽤나 친근하다. 당당한 카리스마나 고고함 때문에 사랑받는 곳이 아니라 생활 밀착형 신사여서 교토 사람들이 '기온상'이라는 애칭까지 붙여가며 사랑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마치 교토 신사계의 아이돌 같은 느낌?




겨울이라 해가 짧았다. 야사카 신사 정면으로 뻗은 길을 곧게 내려가면 바로 기온이 나오지만 시간이 더 지나기 전에 아라시야마와 천룡사에 가기로 하고 서둘러 버스를 탔다. 기온에서 천룡사는 버스로도 30여분은 족히 걸리는 먼 곳에 있었다.





화려하면서도 단정한 멋이 있는 정원이었지만 내가 생각한 것보다도 나에게는 용안사 석정이 꽤 인상적이었던 듯 하다. 솔직히 용안사 이후로는 뭘 봐도 감흥이 없었다. 용안사에 오래 앉아있다 올걸 두고두고 아쉽다. 천룡사 동산 산책길만 설렁설렁 걷다가 다시 큰길로 빠져 나왔다. 이때부터는 발과 다리에도 슬슬 무리가 오기 시작해 가는 발걸음이 천근만근이었다.



천룡사에서 조금 걸어 아라시야마 치쿠린에 들어가 보았다. 사람으로 가득 메운 좁은 길을 인력거들은 요리조리 잘도 빠져 나가더라.




치쿠린을 조금 걷다가 다시 큰 길로 나와 도게츠 교 쪽으로 걸었다.


금 이르지만 저녁식사를 여기서 챙겨볼까 했는데 부담 없이 들어갈 만한 곳이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다. 안 그래도 기념품점이 서너 곳 나올 때 식당은 한 곳 겨우 나올까 말까 한 곳인데. 결국 저녁밥은 시내로 돌아가 먹기로 하고, 좀더 걸어 보았다.




꽤 작은 다리인데 사람과 차와 인력거가 끊임없이 오갔다. 주위를 둘러보니 이만 한 다리는 이 근처에는 이것 뿐인 듯...?


왠지 그냥 느낌 좋아서 한 컷.


아라시야마 쪽에 아라비카라고 유명한 카페가 있다길래 그곳에 가 보려 했는데 몸이 무거워져서 불필요한 발걸음은 그다지 떼고 싶지 않았다. 해가 슬슬 지면서 조금씩 더 쌀쌀해지기 시작해졌길래, 도게츠 교 바로 앞 어느 카페에서 에스프레소를 한 잔 테이크아웃했다. 사실 꼰빠냐를 마시고 싶었지만 카페 점원이 꼰빠냐가 뭔지 모르길래 "네... 그냥 에스프레소 더블샷으로 주세요"라고 주문했다.


천룡사에서 나왔을 때 돌아갈 버스를 탈 곳을 미리 봐 두려고 정류장에서 버스 노선과 시간표를 보고 있었는데, 토()와 일()만 따로 구분되어 있는 것이 영 찜찜했다. 주말만 시간이 다르다는 건가 긴가민가한데, 옆에서 같이 시간표를 들여다 보던 어느 일본인 부부가 "아, 토요일은 이 버스 운행을 안 하네"라고 이야기를 주고받는 걸 듣고 진짜 희한한 시스템이다 싶었다. 30분쯤 전에 타고 온 버스가 교토 시내로 돌아가는 편은 운행을 안 한다니, 그럼 어디서 버스를 타서 여길 빠져나가라는 건지... 버스 노선도를 다시 살펴보고 도게츠 교 앞에서 20분을 기다려 겨우 가와라마치로 돌아가는 버스를 탔다.




입장료와 커피 값을 제외하면 돈도 거의 쓰지 않은 날인 데다 버스 표까지 환불받아 돈이 두둑한 날! 일본 편의점 털기는 그만두고 남은 돈은 마음껏 저녁식사를 하는 데 쓰기로 하고 미리 알아봐 둔 식당에 가기로 했다.


문제는 그 식당을 찾기는 찾았는데 입구를 못 찾겠다는 것. 문이 코앞에 있는데 왜 여기가 입구가 아니라는 거죠...? 입구를 표시해 둔 그림은 따로 붙어있었지만 한자를 읽지 못해 대체 무슨 사정으로 어디에 출입문을 박아놨는지 알 길이 없었다. 아이폰과 구글맵으로 겨우겨우 건물 위치를 대조해 가며 길 뒤쪽으로 돌아가서 식당 이름과 똑같은 곳에 들어갔는데... 사실 여기가 아직도 내가 가려던 그 식당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하하. 이날 진짜 헛걸음 많이 했네. 생각보다 많이 걸어 피곤하고 배고픈 하루였다.


혼자 들어가도 부담이 없지는 않은 곳이었지만 혼자라고 해서 눈치 보며 앉을 필요는 없었다. 일어 메뉴도 보고 영어 메뉴도 보고, 이해 안 되는 건 점원에게 물어봐 가면서 한참을 고민하다가 겨우 주문했다. 시작은 토마토 샐러드, 메인은 구운 연어살을 얹은 다시고항과 튀김 그리고 소금 간만 한 구운 닭고기. 밥이 정말 맛있었다.



@Kokoraya Iseyacho

京都市中京区御幸町通 六角下ル伊势屋町345


식당에서 쓰이는 일본어를 잘 몰라 점원과 이야기를 주고받는 게 조금 서툴었다. 점원은 영어가 서툴러서 내가 뭘 물어보거나 부르면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식사를 마치고 일어나면서 계산까지 다 했는데도 멀뚱멀뚱 서 있길래 웃으면서 "옷 주세요~"라고 외치니 그제서야 빵 터져서는 내 다운 자켓을 가져다 주었다. 막판에라도 사람 하나 웃길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마루이 백화점은 얼핏 보면 '이이' 백화점이라고 쓴 것 같다.

처음에는 '율곡 선생 백화점인가'라며 혼자 킥킥 웃었다. 내 안에는 아재가 하나 사는 것 같다.



마루이 백화점을 끼고 돌아서 카모가와 강을 건너 기온까지 가 보기로 했다.


기온 거리


뭐 먹을까


교토와 기온 하면 떠오르는 게이샤나 마이코는 볼 수 없었지만 현대식 건물이 즐비한 가와라마치와 가라스마 시내 바로 옆에 전통 거리가 들어서 있는 걸 보니 그 안에 들어와 있기만 해도 재미있었다. 밤이 되어 어두운데도 사람들이 셀카를 찍느라 차가 왔다갔다 해도 금방 피해주지를 않는다. 운전기사는 조금 짜증스럽겠다.





라카와미나미도리가 멀지 않은 것 같아 그곳을 찾아 일부러 가 보았더니 블로그에서 보던 것만큼 예쁜 거리는 아니었다. 시냇가 바로 옆 고급 요릿점에서 흘러나오는 불빛들이 예쁘고 눈부시기는 했지만 거리 자체가 짧고 인적이 드물어서 허무하고 무섭기까지 했다. 갔던 길을 되돌아와서 기온에서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가 하루를 마무리했다. 이날은 정말 꿀잠 잤다.




이날의 기록 끝.




'기억의 편린: Voyage > '17 교토에 다카마츠와 고베 얹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Day7  (0) 2017.08.07
#Day6  (0) 2017.08.02
#Day5  (0) 2017.06.11
#Day4  (0) 2017.06.09
#Day3  (0) 2017.06.06
#Day2  (0) 2017.06.06
댓글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