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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170125 to 170201


여행 포토북을 만든 사진 위주(사실 그게 전부...)로 업로드하였으며 모든 권리는 미 마이셀프 앤 아이, 오로지 나에게 있음.



Day 2

다카마츠 고속버스 터미널


아침 8시 무렵이지만 터미널은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고

1월이지만 바람은 생각보다 차갑지 않았다.

캐리어를 끌고 헐레벌떡 뛰어온 탓인가.



문제의 티켓


다카마츠에 온 날, 버스 터미널에 들어가 교토 가는 버스 표를 예매했다.

다카마츠에서는 원래 이틀을 보낼 요량이었지만 나오시마 등 근처 섬을 가지 않는 한은 이틀은 커녕 하루도 보내기 힘들었다. 반나절 시내와 리츠린 공원 구경을 하고도 시간이 남아 겨우 생각해 낸 것이 붓쇼잔 온천이었으니까(대중 목욕탕은 별로 내키지 않는데도 정말 어쩔 수 없이 갔다, 어쩔 수 없이...!). 섬 구경 나갈 생각은 없고 다카마츠에서 도저히 이틀을 버틸 수가 없을 것 같기도 해서 결국 한 번 출발 시간을 바꿨는데, 온천에 가기 전 짐 정리를 하다 보니 가방 안에 넣어둔 표가 보이지 않았다. 침대와 캐리어를 뒤집어도 보고 호스텔 소파 밑까지 샅샅이 들여다 봤지만 표가 갑자기 투명 망토라도 썼나, 감쪽같이 사라졌다. 눈앞이 노래져서 다시 터미널로 달려가 표를 재발급해 줄 수 있냐고 물었는데.


다카마츠 JR 고속버스 터미널의 이시카와 씨에게 공손하게 그러나 매우 단호하게 거절당했다.

머리가 하얘져서 한국에 있는 일어 잘하는 친구를 통역으로 껴야 했을 정도. 친구가 몇 번이나 물어봐 주었지만 표를 다시 사야 한다는 말 밖에 듣지 못했다. 결국 비상금을 깨고 거금 4,950엔을 들여 새 표를 샀다.


그 표가 저 표다. 옌장.



뭐든지 아담한 일본답게 고속버스도 초~아담.




다카마츠에서 교토까지는 대략 4시간




Somewhere on the Akashi Kaikyo

세토 내해 아카시 해협을 가로지르는 아카시 대교


이 위를 달리는 기분은 유럽행 비행기를 타고 가다가 눈을 떴는데 아직 중국(or 러시아)이었을 때의 그것과 매우 흡사하다. 아이패드에 넣어간 교토 지도와 가이드북을 다시 살펴보고 책도 좀 읽고, 카메라로 바깥 풍경도 찍고, (내 기준)일찍 일어나 못다 잔 잠도 보충했는데도 갈 길이 멀었다. 네 시간이 이렇게 먼 거리였나 싶어 지루해지는데 조금 있으면 휴게소에 도착한다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15분 있다가 출발하니 싸게 싸게 화장실 댕겨오쇼~




고속버스 휴게소는 우리나라만 한 데가 없다.


믿거나 말거나 저 패밀리마트가 이 휴게소의 전부...


요기라도 할까 싶어 편의점에 들어가 보았지만 먹을 거라고는 딸기빵 같은 것 뿐이다. 통감자랑 맥반석 오징어랑 우동은 기대 안 했어도 김밥 비슷한 거라도 있지 않을까 했는데...


버스는 다시 한참을 달렸다. 오사카와 고베로 갈라지는 길목까지 쿨하게 지나 시원하게 교토로 직진. 교토역 가는 길에 보인 동사 오중탑이 마냥 신기해 꼭 가 봐야겠다 했는데 일주일 정도 되는 교토 여행 중에 오중탑을 제대로 볼 시간을 내지 못했다. 버스는 동사를 끼고 이리저리 회전하다가 교토역에 도착했다. 못 견딜 정도로 조용한 다카마츠에서 교토로 오니 이게 상경하는 시골 소녀 기분이렷다. 별천지다 별천지.






숙소에 짐부터 풀어놓고 가장 먼저 은각사로 가 보았다.


버스에서 내려 조금 걸어야 은각사 입구에 닿는다. 근처에 오니 교복을 입은 일본 아이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교토 학생들일 것 같지는 않고, 수학여행인 듯. 원래 유명한 곳 가까이 사는 사람이 집 근처 유명한 데 잘 안 간다고...




빼꼼.





지금 보니 다실이 혓바닥을 내민 것 같다 #은각사





은각사 뒤쪽의 동산은 위에서 내려다 보면 다실과 정원을 감싸안듯이 들어서 있을 것 같다.


입구와 출구가 달라서 이끼로 다듬은 것 같은 길을 따라 산책하듯이 걷고 중간에서 전망을 내려다 보고 가던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면 다시 그 작은 정원으로 돌아온다.

원래대로라면 원작자의 의도대로 호젓하고 조용한 명상길이 되었겠지만 오후 서너시의 은각사는 관광객으로 북적북적해서 온갖 번잡한 생각이 밀려든다. 예를 들면 저녁은 뭘 먹을까 같은...

뒤에서 걷던 일본인이 조금만 조용하면 좋았겠네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아쉬워서 아침 일찍 다시 찾아오려고 했는데, 여행 내내 늦잠만 퍼질러 자서... 결국 다시 가지 못했다는 슬픈 이야기.








    








철학의 길

Tetsugaku no michi













       

은각사에서 남쪽으로 철학의 길을 따라 걸으면 에이칸도와 난젠지가 나온다기에 걸어가기로 했다.


오후 늦은 시간이라 동네 주민들이 강아지를 한 마리씩 데리고 나와 산책하고 근처 고등학교 학생들이 야구 유니폼을 입고 다함께 뛰고 있었다. 와 스포츠쇼넨탓치...




 

  









슬렁슬렁 걸어서인지 남들은 20분이면 다 걷는다는 길을 나는 한 시간은 족히 걸려서야 다 걸었다.


난젠지에 간 이유는 이렇다.



(...) 난젠지 가는 길에 있는 작은 수로는 일본 최대의 호수 비와 호에서 내려온 물이다. (...) 교토는 도쿄 천도로 침체된 경제를 부흥시키기 위해 비와 호의 물을 끌어들여 수력 발전을 하고 공장을 일으킬 것을 기획했다. (...) 이를 위해서는 높고 험한 히에이잔에 터널을 뚫어 물을 끌어와야만 했다. (...) 제2소수 공사에는 한국인 노동자가 참여했는데 (...) 한국인을 위험한 굴착 공사에 배치한 데다가 임금은 일본인의 절반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 교토 시는 난젠지 경내의 장엄한 수로각과 게아게의 인클라인을 문화재로 지정했다. 하지만 비와 호 소수 기념관 등 어느 곳에도 한국인 노동자의 이야기는 쓰여 있지 않다.


pp. 391-392, [서울과 교토의 1만년], 정재정


메이지 일왕의 천도 이후 교토 부흥을 이끈 유적지이니 난젠지의 수도 아래에는 군데군데 사람들이 모여 가이드나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난젠지는 국적을 떠나서 보아도 가치있는 문화유산임에는 틀림없지만 나는 나가사키 군함도를 보는 듯 착잡했다.




난젠지에서 큰 길로 나와서 케이분샤라는 서점에 가 보기로 했다. 듣자하니 가디언 지에서 세계의 서점 탑텐에 들었다나 뭐라나.


나는 실속보다는 명성 좇아가는 줏대 없는 관광객.




버스 타고 금방일 줄 알았는데 버스를 타는 것부터가 일이었다. 이 정류장이 맞는지도 모르겠고 방향은 틀린 건 아닌지 물어볼 사람도 없고... 바로 옆에 까까머리 중학생이 있었지만 왠지 어린아이는 외국인이 말 걸면 놀랄 것 같아서 말을 못 걸겠다. 그리고 솔직히 10대는 무서워.


버스에서 내리고도 한참을 걸어야 했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서점 치고는 주택가 깊은 곳에 있어서 재미있었다. 드문드문 작은 식당도 보이고 신발 가게도 있고 잡화점도 있었고... 아이를 뒤에 태우고 자전거를 끌고 가는 젊은 엄마들과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종종 보여 시계를 보니 집에서 저녁밥 짓는 냄새가 솔솔 올라올 시간이었다.



케이분샤

Keibun-sha



내부는 촬영이 안 된다고 해서 소심하게 바깥 사진만 찍었다. 디자인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볼거리가 많을 듯 하다.

일어를 읽을 줄 알면 한 권이라도 사서 나왔을텐데 못 읽는 언어는 감히 책을 살 엄두가 나지 않는다.




가와라마치로 돌아와서 밤거리를 조금 걷다가 숙소로 돌아가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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