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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록: Voyage/'15 Sapporo

#Rev2 오타루 가는 길: 바닷가 그 마을의 첫인상


공항에 내렸으니 이제 시내로 들어가야지. 입국 심사를 마치고 표시를 따라 쭉 걸어서 지하로 내려왔다.


삿포로에 오기 전 인터넷에서 얼핏 보았던 정보에 의하면 신 치토세 공항 지하에 있는 치토세 공항역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삿포로-오타루 웰컴 패스를 구입할 수 있다. 다른 교통편도 있을테고 다른 티켓도 많겠지만 삿포로에 단기 체류하면서 가장 유명한 교외 여행지인 오타루까지 다녀온다면 최선의 선택 아닐까. ...는 개뿔. 나한테는 웰컴 패스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홋카이도는 우리나라 남한과 비슷한 면적인 데다 대중교통보다는 자동차를 렌트해 돌아다니는 편이 훨씬 편한 여행지였다. 그러니 지갑 얇은 여행자가 삿포로 말고 구경할 만한 여행지는 오타루 뿐일 수 밖에. 오타루에 가려면 웰컴 패스가 가장 적당했고.


인포메이션 센터로 가니 한 직원이 응대해 주었다. 조금 긴장해서는 한국어가 가능한 직원이 있는지 물었고, 안경을 쓴 사람이 다가왔다. 되게 엄격한 사감 선생님 삘이었는데, 일어 억양이 희미하게 남아있는 한국어를 구사했다.



삿포로-오타루 구간 왕복 승차권+삿포로 시내 지하철 1일 승차권으로 구성된 삿포로-오타루 JR 웰컴 패스.

공항에서 바로 오타루로 갈 계획이라고 말했더니 직원이 추가 티켓을 끊어줬다. 추가 요금까지 더해서 총 2480엔 결제.

이러니 저러니 해도 합리적이라고 생각해서 샀는데 우리나라도 이런 교통권 세트 파나 모르겠네.


유럽 여행할 때 '우리도 이 정도 관광 장사는 하겠는데'라며 관광업에 대해 이것저것 생각해 본 적이 있는데, 그때 가장 아쉬운 건 숙박 시설 등 제대로 된 (그리고 다양한) 관광 인프라가 미비해 관광 자원을 제대로 팔아먹지를 못한다는 점이었다. 당장 숙박 시설의 종류만 봐도 주로 가족 단위 관광객을 주 타겟으로 한 호텔이나 콘도 일색이다. 아니면 간판조차도 보기 민망한 모텔이거나.

내일로 여행을 하는 대학생들이 늘면서 지방 곳곳에 호스텔이나 민박도 많아졌지만 여전히 숙박 시설을 고를 때는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다. 여수 엑스포에 친구랑 1박 2일로 놀러갔다가 묵을 만한 곳은 호텔 뿐이어서 기가 막혔던 기억이 난다. 결국 여자 둘이 어색하게 모텔에 들어갔지 하하.


게다가 대부분은 시설 조건은 딱히 우수하다고 할 수도 없는데 요금이 천차만별, 적정가를 가늠할 수 없었다. 그마저도 꽤 높은 금액대에서 천차만별이라는 것도 이상하고. 이런 상황에서 정부나 공기업의 관광업 진흥 전략은 근시안적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여행자의 신상이나 권익을 보호하는 제도나 법규는 잘 갖춰져 있나? 아니, 그 전에, 잘 팔아먹을 준비는 되어있나? 웰컴 패스를 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사대주의라고 오해는 마시고. 별 거 아닌 걸 부풀려서 팔기로는 일본이 제일이라 그런 생각을 해 보았다 (이건 앞으로 최선을 다해서 까 볼 생각이다. 왜 아무 준비 없이 인문 여행을 기대하며 삿포로에 오면 안 되는지를 내가 보여줄게).


아무튼.


우리말을 하는 직원 덕분에 편하게 표를 사서 플랫폼으로 내려왔다. 전철 하나가 '오타루행' 글자가 반짝이는 전광판을 달고 대기 중이었다. 확인차 플랫폼에 서 있던 역무원 아저씨에게 "이거 오타루 가요? 저 패스 있는데 이거 탈 수 있죠?"라고 꼼꼼히도 물어봤다. 아저씨의 확인을 받자마자 냉큼 탑승.


공항으로 바로 연결된 전철*이라 여행객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현지인들도 많이 탔다. 은근히 불안해졌는데 맞은편에 홋카이도 한국어 가이드북을 읽고 있는 남자 분을 발견하고 마음이 놓였다. 생각보다 가는 길이 길어서 그 다음부터는 나도 가져온 책을 읽었다. 내 옆에 앉은 꼬마의 엄마와 할머니가 "오늘 날씨 정말 좋다. 봐봐, 진짜 맑지" "어제까지는 흐렸는데"고 속삭였는데, 그때 책을 읽지 않았으면 말이라도 한 번 걸어볼 수 있었으려나. 그 말에 창 밖으로 내다 본 하늘이 정말 파랬는데.


신 치토세 공항을 떠난 전철은 삿포로 교외를 지나 삿포로 역을 경유했다. 옆에서 정신 사납게 몸을 뒤척이던 꼬마와 그애 엄마, 할머니도, 맞은편에 앉아있던 한국 남자도 모두 짐을 챙겨 삿포로 역에 내리니 전철 안에는 남은 사람이 많지 않았다. 저녁에 다시 올 역의 크기에 놀라는 사이에 다시 전철은 오타루를 향해 출발.



* 사실 전철이 아니라 쾌속 에어포트, 즉 신 치토세 공항과 삿포로 역(그리고 홋카이도 내 다른 기차역)을 잇는 일종의 기차였다. 전용 좌석이 따로 마련된 지정석과는 달리 자유석은 우리나라 전철 좌석 배치와 똑같다. 그래서 난 전철로 착각했지. 편의상 전철이라고 하자.



오타루행 전철 안은 대략 이런 분위기.



이 바다를 보고 있노라니 왠지 [아마짱]이 생각나네. 재밌었는데.

노넨 레나 요즘 뭐 하냐.


전철이 다시 삿포로 시내를 벗어나면서 전철 안은 조용해졌다. 간간이 정차할 때마다 타는 사람들도 바구니를 든 할머니나, 편한 옷차림을 한 청년 정도. 바깥 풍경도 바닷가 어촌의 그것에 더 가까워져서 아 여기, 꽤 시골이네라고 생각했다. 오랜만에 바다를 보면서 잠시 감상에 젖었는데, 생각에 빠진 그 찰나가 참 좋았다. 어디선가 탄 중국인 커플 두 쌍이 카메라 자랑만 시작하지 않았어도 더 오래 사색을 즐길 수 있었을텐데. 참, 야 너네 카메라 정말 비싸 보이더라. 중국 사람들은 억울할 수도 있겠다. "우리 다 그렇게 떠들고 다니지 않아!"라며. 그럼그럼. 나도 모든 중국인이 다 시끄럽다고는 생각 안 해. 나 탕웨이도 좋아하는걸 무슨 상관근데 샘 오취리 말마따나 조용한 중국인, 단 한 번도 못 봤어. 그게 문제야.




일부러 미나미오타루에 내려서 걸어오면서 풍경을 감상하는 방법도 있다지만, 조금이라도 더 걷기 싫었던 나는 제대로 오타루 역에 내렸다. 아, 그런데 이 전철에 이렇게나 사람이 많았어?! 다들 어디 타고 있었대? 생각보다 많은 오타루 관광객들에 약간 당황했다. 이때 알아차렸어야 했어, 이날은... 이날은... 흡. 이건 나중에 이야기할게요.


지나쳐 오면서 예상한 오타루는 작고 아담하며 운치있는 곳이었다. 조용한 바닷가에 위치해 철썩이는 파도 소리가 들리는...

이런 환상(?)에 결정적인 계기가 된 건 역시 [러브레터]일 것이다. 애초에 일본 내 다른 곳도 아닌 삿포로를 콕 집었던 것도 이 영화 때문이고.



[러브레터] 속 오타루


1998년인가, 1999년인가. [러브레터]는 당시 극장가에서 꽤 흥행하고 있었다. 웬만한 한국 영화도 힘든 관객 140만명 동원을 기록했으니까. 더군다나 그때는 한일 문화 교류가 막 시작된 참이었는데. 지금도 그렇지만 대다수 한국 영화 관객이 일본 영화에 심리적 거리감을 두고 있는 상황에서 거둔 성과이니 보통 인기는 아니었을 것이라고 짐작할 만 하다. 아니, 글쎄, 나카야마 미호의 "오겡끼데스까"라는 대사가 일본어 그대로 이 땅에서 유행어가 됐을 정도라니까?


한 남자의 10대 시절 첫사랑에 대한 아련한 애정, 그리고 두 여자가 그 절절한 그리움을 새삼 깨달아 가는 과정은 지금 다시 생각해 봐도 내 가슴까지 찌르르 울리지만, 슬프게도(?)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 나는 초등학생이었다. 남자 이츠키의 사랑을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렸다. 사랑은커녕 첫사랑도 못해 봤을 나이였네. 게다가 나카야마 미호가 1인 2역으로 연기한 것도 모르고 같이 영화를 본 사촌오빠(그도 그 당시 초딩이었다)에게 "왜 저 여자는 이랬다 저랬다 해? 왜 저 사람(요카와 에츠시)이랑 뽀뽀해?"라고 물어보기까지 했다니까. 잔잔히 흘러가는 일본 영화 특유의 전개는 한국 초딩에게는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지루해서 성인이 될 때까지도 [러브레터] 하면 "난 그거 별로였는데 왜들 그렇게 좋다는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영화를 이해하고 오타루 풍경에 빠지게 된 건 대학생, 그러니까 이제 첫사랑의 추억도 생기고 풍경의 아름다움을 알아 안목도 어느 정도 생겼을 때였다. 친구가 [러브레터]가 왜 수작인지 열변을 토하는 걸 보면서 문득 영화가 궁금해졌고, 타이밍 좋게도 마침 모 도서 사이트에서 [러브레터] DVD를 싼값에 팔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한창 일본 영화를 보고 있었고. 우연치 않게 삼박자가 맞아 떨어져서 DVD를 사서 보았는데, 집에서 보지 않았으면 큰일 날 뻔 했다. 영화가 끝날 때쯤 얼굴이 눈물범벅이 되어 있었으니...


그렇게 [러브레터] 속 한적한 시골 마을 오타루를 상상하며 온 내 눈에는 작은 기차역마저 예뻐 보였다. 한류 아이돌 굿즈 샵에 온 중국 소녀팬이 된 기분이었다고 할까.


그러고 보면, 이게 참, 그래. 아무리 명작이라고 해도 어느 나이가 되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는 영화나 책이 있다. 그림도 그렇고. 그 나이만큼 살면서 어떤 실존적 경험을 겪지 않는다면, 그래서 거기서 얻는 사고와 감정의 흔적을 쌓아올릴 수 없다면, 아무리 공감 능력이 뛰어나도 쉽게 이해하고 감동할 수 없더라. 시간과 경험에 따라 안목과 감정이 바뀌고, 내 발걸음이 향하는 곳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건 '나이 듦'이 주는 의외의 즐거움인 듯 하다. 성인이 되어서도 [러브레터]에 감동하지 못했다면 아무리 항공권이 싸다 해도 오타루까지 올 생각은 못했겠지.


뭐, 이런 감상적인 이야기는 일단 접어두고. 어쨌든 나는 이때 본 조용한 오타루 역이 꽤 마음에 들었다. 어디선가 나타난 이 많은 다른 관광객들의 출현은 조금 놀라웠지만.



역을 등지고 본 오타루. 저 끝에, 저 바다 보여요?


집에서부터 메고 온 배낭 때문에 어깨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2박 2.5일치 짐이라 뭐 별로 챙긴 것도 없는데 왜 이리 무거워. 여행을 준비하면서 미리 위치를 알아둔 오타루 역 코인 락커를 찾아갔다. 아, 그런데, 빈 자리가 눈에 띄지를 않았다. 락커룸을 몇 번을 뱅뱅 돌며 빈 락커를 찾느라 없는 매의 눈을 가동했는데도 빈 자리가 보이지 않았다. 순간 '역에라도 짐을 맡겨야 하나' 고민했는데 가장 큰 락커 하나가 빈 걸 발견. 럭키.


삿포로로 돌아가는 전철 시간표를 얻으려고 오타루 역 안에 있는 인포메이션 센터를 찾아갔다. 여러 나라 말로 된 지도가 구비되어 있어 하나 집으려다가 돈 내야 할 것 같아서 포기. 혼자서 여행객들을 응대하고 있던 직원이 마침 여유있어 보이기에 지도나 시간표 얻을 수 있겠냐고 물었더니 저쪽 남자 직원에게 가 보라고 했다. 혹시 한국어나 영어 하시나요, 물었지만 대답은 "이야...".

'시간표가 일본어로 뭐지' 생각하면서 남자 직원에게 다가갔다. "오늘 오타루 구경하고 삿포로로 돌아갈 건데, 전철 시간을 몰라서요."

음...

"타이무 테이브루 하나 받을 수 있을까요?"


그렇게 직원도 긴장하고 나도 긴장한 대화가 끝나고, 역무원한테서 손바닥만 한 전철 시간표를 받았다. 음, 좋아. 내가 일어를 못 읽는다는 것만 빼면, 다 좋아.




짐과 전철 시간까지 해결하고, 그제서야 오타루 역을 나섰다. 역을 등지고 서니 시선이 곧게 향하는 곳에 바다가 있었다. 역사 게시판에서 훑어본 오타루 지도로는 역 앞의 대로를 걸으면 오타루 운하를 볼 수 있었다. 그 지도를 믿고 일단 바다 쪽으로 걸어보기로 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9월 23일, 이날은 평일이었다. 오타루는 가장 번화해야 할 역 앞에도 랜드마크라고 할 만한 건물은 없어 보였다. 그래서 그런가 사람도 없어 보이네. 작아서겠지, 라고 넘겼지만 거리를 걷다 보니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왜 이리 한산하지? 아까 기차역에는 사람이 많았는데 그 사람들 다 어디로 갔어. 다들블랙홀로빨려들어갔나 거리에는 나처럼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 몇 명 (서양인도 서너 명 섞여 있었다) 정도 뿐이었다. 거리에는 버스와 택시 몇 대, 승용차 몇 대가 전부였다. 느릿느릿한 버스는 일하기 싫어서 꾸물꾸물 가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오타루는 그 작은 마을 전체가 꼭 집단 수면 상태에 빠진 것처럼 보였다. 엄청나게 한가해 보여.


이 동네 왜 이래, 미심쩍어 하면서도 길고 긴 대로를 쭉 걸었다. 풍경은 특별할 게 없었다. 길가에 서 있는 건물이 유독 사각형이고, 유독 창이 없어 보이고, 일본어 간판이 서 있다는 것 말고는 한국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내가 겨울 아닌 계절에 와서 그런가. 사람이 없어서 그런가. 건물도 심드렁해 보여.



개미 새끼 한 마리 없더라니...


9월 하순이 되어가는데도 이곳도 여전히 20도가 넘어가는 화창하고 포근한 날씨였다. '삿포로니까'라고 생각하고 입고 온 트렌치 코트는 어느 새 둘둘 말려서 내 팔에 걸렸다. 반팔 차림인 사람들을 보니 내가 좀 우스워졌다고 할까 (9월 삿포로를 여행하실 분들은 그냥 얇은 바람막이만 가져오세요).

날씨도 풍경도, 딱 게으름 피우기 좋다. 원래 빠른 내 발걸음도 덩달아 느려졌다. 한국과 별반 다를 거 없는 거리 그림에 사진도 몇 장 찍고 말았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터덜터덜 걸을 뿐.


삿포로에 온 지 이제 세 시간 정도 되었을까. 오타루에서는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지루하고 실망스러운 이 기분은 뭘까. 시끌벅적한 관광지를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이렇게 한적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은근 억울한 기분도 드네...? 약 오르네...?

공항과 기차역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몇 마디 나눠본 게 이 여행에서 느껴본 즐거움의 전부이다. 외국에 와 있다고 해서 매 순간 즐거울 수는 없지만 (그랬다가는 조증을 의심해 봐야 할걸) 가뜩이나 혼자 왔는데 이렇게까지 김 빠지는 일본 나들이라니, 허허.


돈을 좀더 들여서라도 도쿄나 오사카로 갈걸, 하다못해 후쿠오카라도, 라고 슬슬 후회할 무렵 역 앞 대로의 끝이 보였다. 길 끝에는 바다를 따라 횡으로 뻗은 또다른 길이 있어 사람들이 부지런히 왔다갔다 하고 있었다. 가벼운 옷차림에 산뜻한 표정을 보니 관광객들이라는 걸 단번에 알겠다. 그제야 사람들을 발견(?)한 기쁨에 슬슬 기분이 살아났다.


바다 쪽으로 가면 뭐 볼 게 있나 싶어 그 쪽으로 더 걷다가 문득 멈춰섰다. 창문 하나 없는, 고풍스러운 네모난 건물이 왠지 눈길을 끌었다. 문 쪽으로 다가가 보니 입구 앞에 큼직한 한자로 '입구'라고 쓰여 있어서 이유 없이 빵 터졌다. 이렇게까지 열심히 입구라는 걸 알리고 있는 입구라... 사람들도 계속 왔다갔다 하는 것 같은데 한 번 들어가 볼까.


그 안에서 '관광 안내소'라는 표지판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아마 '여기가 오타루 오르골당인가봐'라고 착각했을 거다. 외관은 크고 심플하면서도 고풍스러운데 실내는 나무로 짓고 장식되어 고즈넉한 분위기가 일품이었다. 게다가 드문드문 테이블이 놓여 있으니 '오르골당 아니면 카페인가' 착각할 법도 하다.


오타루에 와서 처음으로 흥미를 느끼고 두리번거리다가 '관광 안내소 (Tourist Information Center였던가)'라는 팻말을 보고 그제야 여기가 인포메이션 센터라는 걸 알고 깜짝 놀랐다. 뭐 이렇게 분위기 괜찮게 꾸며놨대? 그러고 보니 안에는 관광객처럼 보이지만 커피나 식사를 들고 있지 않는 사람들이 몇 있었다. 관광 안내소라고 하니 지도 좀 얻어갈까, 물어보고 싶은 것도 물어보고. 안내인도 금방 찾을 수 있었다. 내가 들어올 때부터 이미 나한테 시선을 고정하고 생글생글 웃고 있는 저 여자가 안내인이 아니면 누구겠습니까.


※ 오타루 관광 안내소에 대한 자세한 소개와 설명은 이 블로그 (http://diner.tistory.com/3027)에서 찾을 수 있다. 이게 오타루풍 목조 건물이었구나. 그것도 예전에 쓰던 창고처럼 생긴 건물. 어쩐지 오타루 운하에 비슷한 건물이 있더라.



잠시 오타루 인포에서의 대화 (빨간색은 한국어, 파란색은 일본어)


나: 곤니찌와.

안내인 ('안'): 곤니찌와 :D

나: 저... 여기서 식당을 하나 찾고 있는데요.

안: 어, 한국 분이세요?

나: 헐? 한국어 할 줄 아세요?

안: (약간의 콧소리). 오똔 식당 말쓰미세여?

나: ('일본 사람이구나') 한국 블로그에 소개된 식당인데요, 저는 길을 전혀 몰라서 이게 어디 있는지 모르겠어요.

안: 아. 잠깐느만녀. 여기 안즈세요.

나: 감사합니다. 한국어 잘하시네요.

안: 아니에요~ 찾고 계신 식당 이름은 아시나요?

나: 이시미즈라고 알고 있어요.

안: 잠깐 기다려 주세요.

나: :) (생각보다 좀더 기다리게 되자 뭔가 말을 걸고 싶어짐) 여기 왠지 오래되어 보이는데 그래서 오히려 클래식해 보여요. 분위기 멋져요.

안: 하하핳ㅎㅎ 고맙습니다. (이 여자 어느 순간부터 그냥 일어를 쓰고 있다) 음, 이 식당인 것 같은데 지금은 식당 이름을 바꾼 것 같아요.

나: (못 알아들음) 네? 죄송해요ㅋㅋㅋ (과장된 웃음) 단어를 몰라서...

안: 아, 바꾸었어요. 이름요. 지금 여기가 와카사키라는 고신데 예나루노 이시미즈 같아요. (한본어가 유창하다?!)

나: 헐... 어떻게 가요?


밥을 먹기 위한 여정은 つづ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