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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s'est bien battu? Je suis heureuse.

우리 잘 싸웠지? 나 행복해.



어느 영화든지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주인공에 감정을 이입한다. 그러면서 주인공에게 좋은 일이 생기기를 바라고, 위기를 무사히 넘기기를 바라면서 주인공을 절대선으로 착각하기도 한다-악역이 주인공인 영화 자체가 많지 않기도 하지만.


하지만 이 영화는 우울증에 걸린 동료를 희생시켜야 하는 갈림길에 선 모든 인물들의 선택에 타당성을 부여한다. 주인공인 산드라에게 좋은 일이 일어난다고 해서 영화 속 세계가 마냥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게 되는 상황에서, 우리는 이분법적인 판단을 보류하고 영화가 끝나는 순간까지 옳은 선택을 고민하게 된다. 하지만 어떤 게 옳은 선택이지? 산드라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자신의 복직을 반대하는 사람을 거듭 만날수록 산드라는 절망감에 빠진다. 믿었던 동료들이 그녀의 복직에 찬성 표를 줄 수 없다고 말하는 걸 듣고 "나라는 존재가 없는 것 같아"라며 우는 그 모습을 본 사람이라면 산드라의 선택을 쉽게 예단했을 지도 모른다. 나 역시 그랬고.


하지만 우리가 이 여자를 몰라도 한참 몰랐다. "나라는 존재가 없는 것 같다"며 우는 산드라의 모습을 봤으면서도 말이지.


산드라는 자신이 복직하겠다고 말하면 일자리를 잃은 동료가 절박함에 내몰릴 것을 잘 안다. 자기 자신이 이틀동안 마음 졸이며 동료들에게 도움을 호소했던 사람이니까. 산드라는 복직과 동료의 해직, 둘 중 하나라는 잔인한 선택을 권하는 사장에게 "(해고나 재계약 해지나) 그게 그거죠. 안녕히 계세요"라고 단호하게 말하고 자리를 뜬다. 별다른 배경 음악도 없이 건조하게 전개되는 이 영화에서 아, 감탄할 수 밖에 없는 유일한 순간이었다.


우리는 '용감한'이라는 형용사를 타인을 압도하는 힘을 가진 사람에게 수식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는 '용감'과 '용맹', '강함'을 혼동하는 데서 생기는 착각이다. 나는 진정한 용기는 자신의 부족함과 나약함을 인정하는 데서 태어나 내가 겪은 아픔을 타인의 아픔으로 치환하는 것으로 완성된다고 믿는다. 그 일련의 과정 자체가 고통스러운 성찰을 요구할 뿐만 아니라 그 결과로서 '너와 나' 끈끈하게 잇는 강력한 유대감을 낳기 때문이다.


엔딩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산드라를 좋아하게 된 건 그녀가 쉽지 않은 선택을 함으로써 그녀 자신이 연대 의식을 낳는, 그러나 여간해서는 가지기도 힘들고 발휘하기도 힘든 '공감하는 능력'을 가졌음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모두가 그녀의 복직을 반대할 때 자신의 부재를 실감했던 산드라에게 있어서 남을 밀어내는 선택은 그 타인의 존재를 부정하고 상처주는 것으로 이해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전혀 뜻밖의 선택-자신이 놓였던 상황에 타인을 밀어넣지 않음-을 함으로써, 산드라는 타인의 부재를 부정하고 연대 의식을 쌓아올렸다. 그리고 영화 속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감을 발휘한다. 그 순간, 신경 쇠약에 우울증 환자인 산드라야말로 이 영화에서 가장 강한 사람으로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길을 걸어가는 산드라의 뒷모습이 어느 때보다 선명하고 당당해 보였다.


어쨌든 산드라는 손해 보지 않았냐고? 그렇기야 하겠지. 그렇지만 산드라의 내일은 외롭거나 절망적이지 않을 것이다. 남편과의 통화를 마치며 산드라는 "나 행복해"라며 마음의 평화를 얻은 듯한 미소를 띠었으니까. 그런 사람을 누가 슬프게 할 수 있겠어.


보너스일까 동료의 복직일까. 아마 거의 모든 사람들이 '널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고 생각하게 된 요즘, 실제로 양자택일을 강요받는다면 보너스를 택하는 사람이 없지 않을 거라고 장담할 수 없어 슬프다. 하지만 그런 우리 세계에도 희망이 있다면 바로 영화의 마지막, 나름의 장고 끝에 그녀만의 옳은 답을 내놓는 산드라 같은 사람이 실재할 것이라는 믿음 아닐까. 남편에게 전화하며 웃는 산드라 같은 사람이 다시, 더욱 많아지기를. 그게 연대 의식이 됐든 정의감이 됐든.



마리옹 꼬띠아르의 연기가 특히 좋았다. 스르륵 무너지면서 울거나,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며 다시 자신감을 얻는 것처럼 감정이 널뛸 만한 상황도 담담하게 표현하는 데서 오히려 산드라의 절박함이 느껴졌다. 연기 잘하는구나.

산드라가 타인의 찬성이나 반대로 규정되는 자신의 존재를 실감하는 순간은, 아마 마리옹 꼬띠아르의 툭 터지는 눈물이 아니었으면 쉽게 공감할 수 없었을 것이다.


2015년 아카데미에서 팍팍 밀었던 오스카 여우주연상 후보였다.

그땐 [스틸 앨리스]를 안 봐서ㅋㅋ줄리안 무어가 그렇게 대단한 연기를 한 줄 미처 몰랐지ㅠㅠ




2015. 02.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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